우리를 키운 그 시절, 그 음악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플레이리스트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 음악은 그렇게 쉽게 소비되는 게 아니었다.
워크맨, CD플레이어, 그리고 작은 아이팟 셔플까지—
기계 하나, 이어폰 한쪽에 담긴 건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우리의 시간, 감정, 그리고 이름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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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워크맨, 그리고 H.O.T. 의 ‘캔디’
초등학생이었던 우리는 종종 형들이 누리던 문화를 따라갔다.
나 역시 친형 덕분에, 88년생들이 먼저 듣던 음악과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워크맨에 H.O.T. 테이프를 넣고 ‘캔디’를 듣던 그 순간.
노래 속 율동을 따라 하고, 강타 머리를 흉내 냈던 시절.
어울리진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도 누군가의 무대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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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플레이어와 중학교 감성
중학교 초반까지는 CD플레이어가 친구였다.
음악 CD 하나로 몇 주를 버티고, 가사지를 펴놓고 따라 부르던 밤.
당시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받는 기분을 주는 창구였다.
형 몰래 CD를 복사해서 듣던 조그마한 반항도
어쩌면 음악을 향한 열정의 한 형태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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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셔플, 그리고 감성의 본격적인 저장
고등학교에 들어서며 처음 손에 넣은 아이팟 셔플.
화면 하나 없던 그 작고 가벼운 기기 안에는
김동률, 조성모, 김범수, 바이브의 노래들이 차곡차곡 저장돼 있었다.
오스트리아라는 낯선 곳에서도, 음악만큼은 한국과 닿아 있었다.
학교 선배 형들이 추천해 준 발라드를 들으며,
우리는 감정의 깊이를 처음으로 ‘들으며’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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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시절 음악이 지금도 그리울까?
지금은 매일 수천 곡이 쏟아지고, 아무리 좋아도 다음 곡으로 넘기기 바쁘다.
그 시절엔 한 곡을 백 번도 넘게 들었다.
한 노래가 하나의 계절이었고, 하나의 얼굴, 하나의 추억이었다.
가끔 요즘 리메이크된 그 노래들이 들려오면
우리의 마음 어딘가가 살짝 울린다.
그건 그저 옛 노래가 아니라, 우리라는 사람의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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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시간을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의 사춘기, 방 안의 공기, 새벽의 고요까지 함께 담겨 있었던
그 시절, 그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지금도 조용히, 이어폰 속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