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g 올드
안 하던 실수가 점점 잦아진다.
늘 똑같이 반복되던 일이었는데 갑자기 낯설어진다.
생전 태워보지 않던 냄비를 새까맣게 태운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
손을 자주 베인다.
무릎은 모서리에 부딪히느라 성할 날이 없다.
눈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바로 코앞 5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지인도 희미하게 보여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오해하기 십상이다.
운전할 때 안경을 썼다 벗으면 양쪽 코에 남은 자국은 꼬박 반나절은 지나야 사라진다.
머리카락 염색은 몇 번 해봤지만 얼마못가 금세 원상태로 돌아와 번거롭기만 하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머릿속이 깜깜하다.
게링 올드는 피할 수 없고 점점 심각해지는 증상들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여하튼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염색만큼은 취향도 아닐뿐더러 체질에 절대 맞지 않아 이제 그만 안녕이다. 희끗희끗 정수리에서 난리 부르스를 추며 회색빛으로 변해가도 이젠 내 몸뚱이니 있는 그대로 사랑하리라.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임을 우아하게 포용할 때이다.
Photo by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