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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Aug 11. 2024

새벽녘 바이브

붙잡고 싶은 이 순간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세차게 내리치는 빗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딸이 떠오른다. 열대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귓가에 머물며 시원한 빗줄기가 딸의 방에도 흠뻑 적셔 주길 간절히 기도한다.


 다시 잠을 청하려 애를 쓰며 몸을 뒤척여도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럴 때에는 이불 한번 걷어차고 재빨리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시간만 날려버리기 일쑤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시간의 새벽에 이불 정리를 마치고 창문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다. 거실에 나와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녘 바이브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어 안달을 낸다. 여름에 어울리지도 않는 식탁 위에 놓여있던 초에 불을 붙이고 쌉싸름한 얼그레이 티백을 우려낸다. 고요한 시간에 만끽하는 이 무드가 깨지질 않길 바라며 아주 조용히, 조용히 티를 마신다.








Photo by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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