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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Aug 10. 2024

내사랑, 애호박

애착 채소



 꽤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새벽, 어제의 불볕더위는 한풀 꺾였다.

공기와 정원의 땅이 촉촉해진 월요일,

멸치 다시마 육수에 된장을 풀고 여름 애호박을 반달모양으로 썰어 넣고 두부와 감자, 양파를 더해 찌개를 끓였다.

후드득 떨어지는 시원한 빗소리와 구수한 된장 냄새가 진동하며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어대는 소리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다.

 

 한여름의 애호박은 나에게 애착 채소다. 연한 연둣빛 색의 오동통한 애호박을 마켓에서 만나는 순간에는 어릴 적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 어떤 이유도 필요 없이 마냥 좋다.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달큼하면서도 투박한 시골맛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뭔가 마음의 안정이 불현듯 찾아오는  마법같은 존재다. 기다란 주키니와는 비교불가다. 아무리 같은 과의 녀석이라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사계절 내내 만날 수 없는 뉴질랜드에서는 여름이면 초특급대우를 받는 귀하신 몸이니 더욱 애타게 만든다.


나의 사랑, 애호박이여!





Food styling & Photo by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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