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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rs. Blue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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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Oct 13. 2024

가을 I

그칠 줄 모르던 폭염이 9월에 접어들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새벽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고 미세스 블루의 얼굴에도 다시 화색이 돌았다. 누렇게 변했던 풀들은 어느새 푸른 옷을 입었고 마을에 심어진 단풍나무와 참나무, 자작나무는 각각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가며 가을의 색을 더해갔다.


가을은 미세스 블루에게 가장 바쁜 계절이었다. 주중에도 쉼 없이 일했지만, 주말이면 그녀는 새벽부터 더욱 부지런히 움직였다. 매일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새벽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집 안으로 돌아오면 언제나처럼 빵을 굽기 시작했다. 다 구워진 여러 모양의 빵을 커다란 바구니에 담았고 또 다른 가방에도 무언가를 한 아름 담아 자전거 뒤에 모두 싣고 맥스와 함께 어디론가 다녀왔다.


 미세스 블루와 맥스는 가을 내내 주말마다 갈대밭을 지나 숲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가을바람에 갈대는 춤을 추듯 흔들렸고, 붉게 물든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의 잎들은 그들의 길을 축복하듯 바람을 타고 하늘 위를 훨훨 날며 장관을 이루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끝없이 미소가 번졌다. 자연이 건네는 가을의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피어났다.

미세스 블루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계절인 가을을 언제나 기다렸다.



일러스트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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