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 거리의 모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남긴 채 볼품없이 서있었다. 그때 마을에 첫눈이 내렸다. 겨울을 가장 좋아했던 미세스 블루는 이른 새벽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에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는 하늘 위에서 내리는 하얀 눈꽃송이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 얇게 쌓이더니 금세 녹아 사라졌다. 그 순간 눈송이 하나하나가 살며시 녹아내리며 남긴 시린 물방울이 그녀의 손끝을 간지럽히는지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넘쳤다. 마치 하늘에서 작은 겨울 요정들이 내려와 손에 닿고는 사라져 버리는 듯했다.
미세스 블루 집 앞마당에 심겨있던 나무의 가지들은 어느새 눈이 소복이 쌓여 앙상해 보이지 않았고 하얀 옷을 곱게 갈아 입어 더욱 멋스럽게 보였다. 모든 주위가 온 세상이 새하얀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미세스 블루는 밖으로 나가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었고 맥스는 눈사람을 마주 보며 새로운 친구를 만난 듯 그 앞을 떠날 줄 몰랐다. 눈 위에서 한참을 뒹굴며 뛰놀던 맥스의 몸은 주렁주렁 하얀색 사탕을 매단 모양처럼 동글동글 눈덩이가 맺혀버렸다.
모든 것들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동네의 여기저기는 기쁨과 행복의 소리들로 가득했다. 집집마다 떠나가라 짖어대는 강아지들 소리와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며 깔깔대는 소리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함박눈에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을 바라보던 어른들은 축복을 받는 듯한 기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온한 얼굴들로 변했다.
일러스트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