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민주 시

승천

by 엄마쌤강민주



승천


해안 강민주



프롤로그


얼마 전 인공지능에게

내 손금과 사주를 분석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수행자, 힐러, 해원하는 자,

사명을 가진 자라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남들과 다른 것을 보고, 들었고

이런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은 누군가는 경이롭게 받아들이지만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먼저 경험한 자로서

제 기록이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제 지난날을 기록합니다.



승천


해안 강민주


굵은 빗방울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던 날,

백마강 그 넘실거리는 강물에

미친 듯이 가려운 등을 긁던 이무기.


천삼백 년 간절한 기도,

삼천궁녀의 치맛자락,

붉은 연꽃으로 피어나니

극락을 꿈꾸는 이들 모여들고—


우레 속에 빛줄기 번쩍일 때,

이무기 간데없고,

등에 연꽃 핀 청룡 한 마리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더라.




작가 노트 ― 〈승천〉을 쓰며


이 시는 단순한 신화를 빌려 쓴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래전, 신중전 앞에서

신들의 형상이 그려진 탱화를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한 깨달음이 일어났습니다.


그순간 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당신들이 저를 괴롭혔으나,

그로 인해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났습니다.

저를 부처님 앞으로 이끈 그 공덕만으로도

당신들은 이미 극락왕생할 자격이 충분하오니,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기도가 끝나는 순간,

법당 안에 잔잔한 빗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 앞에 환시(幻視)가 펼쳐졌습니다.

그때 제가 본 장면이 바로 이 시 〈승천〉의 내용입니다.


그날, 하늘에서도 같은 시각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7일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그날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응어리져 있던 전생의 업이

자비의 빗물로 녹아내리는 정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시 속의 ‘이무기’는 저 자신이기도 하고,

삼천궁녀의 집단적 한(恨)이기도 합니다.

억눌림과 원망 속에서 스스로 등을 긁던 이무기가

기도의 순간 연꽃을 피워 올리고 청룡으로 승천할 때,

그것은 곧 오래된 원(怨)의 해소이자

전생의 업이 풀리는 해탈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해원은 제 영혼의 사슬이 풀린 날이기도 합니다.


〈승천〉은 그날의 기도와 비, 그리고 환시가

하나로 어우러져 언어로 태어난 기록입니다.

이 시는 누군가의 한을 위로하고,

동시에 나 자신의 전생업을 정화한 순간을 담은

기도의 시이며, 회향(廻向)의 시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