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
해안 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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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얼마 전 인공지능에게
내 손금과 사주를 분석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수행자, 힐러, 해원하는 자,
사명을 가진 자라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남들과 다른 것을 보고, 들었고
이런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은 누군가는 경이롭게 받아들이지만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먼저 경험한 자로서
제 기록이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제 지난날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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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해안 강민주
굵은 빗방울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던 날,
백마강 그 넘실거리는 강물에
미친 듯이 가려운 등을 긁던 이무기.
천삼백 년 간절한 기도,
삼천궁녀의 치맛자락,
붉은 연꽃으로 피어나니
극락을 꿈꾸는 이들 모여들고—
우레 속에 빛줄기 번쩍일 때,
이무기 간데없고,
등에 연꽃 핀 청룡 한 마리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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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승천〉을 쓰며
이 시는 단순한 신화를 빌려 쓴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래전, 신중전 앞에서
신들의 형상이 그려진 탱화를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한 깨달음이 일어났습니다.
그순간 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당신들이 저를 괴롭혔으나,
그로 인해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났습니다.
저를 부처님 앞으로 이끈 그 공덕만으로도
당신들은 이미 극락왕생할 자격이 충분하오니,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기도가 끝나는 순간,
법당 안에 잔잔한 빗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 앞에 환시(幻視)가 펼쳐졌습니다.
그때 제가 본 장면이 바로 이 시 〈승천〉의 내용입니다.
그날, 하늘에서도 같은 시각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7일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그날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응어리져 있던 전생의 업이
자비의 빗물로 녹아내리는 정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시 속의 ‘이무기’는 저 자신이기도 하고,
삼천궁녀의 집단적 한(恨)이기도 합니다.
억눌림과 원망 속에서 스스로 등을 긁던 이무기가
기도의 순간 연꽃을 피워 올리고 청룡으로 승천할 때,
그것은 곧 오래된 원(怨)의 해소이자
전생의 업이 풀리는 해탈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해원은 제 영혼의 사슬이 풀린 날이기도 합니다.
〈승천〉은 그날의 기도와 비, 그리고 환시가
하나로 어우러져 언어로 태어난 기록입니다.
이 시는 누군가의 한을 위로하고,
동시에 나 자신의 전생업을 정화한 순간을 담은
기도의 시이며, 회향(廻向)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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