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 후, 아들과 나눈 작은 전쟁
“엄마, 그럼 수학도 풀어볼래?”
— 6월 모의고사 후, 아들과 나눈 작은 전쟁
글: 엄마쌤 강민주
6월 4일에 고1 아들이 모의고사를 봤다.
과목별 점수를 듣다가
“국어 점수가 이게 뭐니?”
무심한 듯 툭 내뱉은 말에,
아들은 아무 말 없이 국어 문제지를 내민다.
“그럼 엄마도 한 번 풀어봐.”
아들은 조용히 도전적인 눈빛을 보낸다.
“엄마는 국어 잘했어.”
허세 섞인 말과 함께 문제를 펼쳤다.
그런데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문제들이, 낯설다. 글자들이 춤을 춘다.
긴장한 손끝에서 땀이 났다.
아들은 조용히 조건을 단다.
“세 문제 중 두 문제만 맞히면,
엄마 부탁 들어줄게. “
한 문제, 두 문제, 세 문제.
놀랍게도 모두 맞혔다.
속으로 조용히 주먹을 쥐며 웃었다.
‘엄마가 작가고 기자인데, 이 정도는 껌이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엄마, 그럼 수학도 한 번 풀어볼래?”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아, 수학. 내가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그 이름.
이 밤, 나는 아들 옆에 앉아
수학 과외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x와 y는 머리 위에서 춤을 추고,
그래프는 내 정신을 휘감는다.
지금 내가 푸는 건 문제인지, 인생의 숙제인지.
하얗게 안개 낀 머릿속, 연필 끝이 자꾸 멈춘다.
나, 강사로는 제법 유능한 편인데
학생으로서는 영, 낙제점이다.
속으론 계속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
겨우 네 문제를 풀고
아들의 책상에서 벗어나려던 순간,
아들이 던지는 한 마디.
“엄마, 1면 정도는 다 풀어봐.
국어는 내가 좀 부족해도 수학은 엄마보다 낫잖아.”
결국 우리 둘은
“엄마가 잘났네, 아들이 잘났네”
투닥이며 문제지를 나눠 들었다.
밤이 깊도록 모의고사 앞에 앉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들은 편의점에서 재료를 사 와
부엌에서 동파육을 만든다.
오후에는 해피하우스에 가서 삽질도 해주기로 했다.
국어 시험이 조금 망쳤으면 어떠랴.
요리 잘하고, 엄마 일도 척척 돕고,
애교도 많은 아들인데.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오늘도, 아들이 있어
참 고맙고,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