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인절미 생각이 간절했다. 그 까닭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떡집을 갈 일이 좀체 없었다. 떡집 앞을 지나가는 시간은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어서 번번이 기회를 잃었다.
드디어 오늘 아침 산책길에 떡집에 들러 인절미 한 팩을 샀다.
인절미하면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콩가루의 텁텁함이 떠오른다. 인절미 먹고 남은 콩가루를 밥에 비벼 먹었던 기억도 난다.
인절미 하나를 손으로 집는다. 손에 노란 콩가루가 묻는다. 그 말랑말랑함이 손끝에서 온몸으로 전해진다. 입에 넣는 순간 콩가루의 고소하고, 짠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쫀득쫀득한 그 식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껴서 베어 먹을까 하다가 그냥 크게 한 입에 다 넣고 호사를 누린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감사하다. 내가 살아있다는 중요한 증거이다.
사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어서 기쁘다. 돈이 없어서 못 누린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사러 갈 수 있는 다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몇 달째 눈 때문에 힘들고, 게다가 어깨도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는 다리가 건재하니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일상적으로 인절미를 먹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도 참 중요하다. 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절망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도 그 자리를 벗어나 감사를 누릴 수 있기를, 그들과 이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