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은 미얀마인이 아닙니다.”

미얀마 여행기 2.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항변

by 이선배

미얀마 현지에서 15년 이상 거주하며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완주(가명)씨는 한국 언론의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의 입장만을 아랍계 언론, 알자지라가 대변하고 있고, 그 내용을 한국 기자들이 받아쓰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인들이 생각하는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미얀마는 135개 민족, 약 5630만 명(2015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버마족이 72%를 차지하고, 카렌족(Karen) 7%, 카친족(Kachin) 2% 순이다. 135개 민족 중 로힝야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전체 인구의 86%가 불교도이며, 이슬람교 4%, 힌두교 4%, 기독교 2% 등이다.


로힝야족은 약 1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며, 수니파 무슬림이다. 1885년 영국이 식민 지배하던 미얀마를 쌀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벵골 쪽(현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던 로힝야족을 이주시키면서 이들은 미얀마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근거로 미얀마인들은 로힝야족들이 그들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영국은 버마족으로부터 빼앗은 농경지를 로힝야족에게 경영을 맡겨 로힝야족을 준지배 계층으로 대우해준 반면 버마족은 천대하는 정책을 통해 민족 간의 감정이 나빠졌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로힝야족은 영국 편을, 버마족은 일본을 지원에 나서면서 전면전을 벌였기 때문에 로힝야족과 버마족은 적대 관계가 한층 심화되었다.


그 후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다수를 차지하는 버마족이 정권을 잡자 로힝야족에 대한 복수가 시작됐다. 특히 미얀마 군부가 실시한 시민권법에서 “1982년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였음을 입증한 소수민족에게만 국적을 부여한다”는 정책으로 로힝야족은 시민권을 박탈당했고, 재산을 몰수당했으며, 교육 및 이주, 결혼, 출산 등을 제한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얀마인들은 로힝야족이 불법체류자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0103_084500.jpg 미얀마를 탈출하는 로힝야족 @sbs뉴스


그러던 중 2017년 8월 25일 로힝야 반군이 미얀마 정부군 초소를 두 차례에 걸쳐 공격하자 미얀마 군부는 반군을 소탕한다는 구실로 로힝야족 민간인들을 상대로 성폭행, 방화, 학살을 자행했다. 이때 수천 명의 로힝야족이 사망했고 약 74만 명은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미얀마인들은 로힝야족이 영국 식민지배 시절 앞잡이로 미얀마인들을 탄압했고, 독립 이후에도 로힝야족 반군들이 불교 승려를 죽이고, 미얀마 여학생들을 성폭행하는 등 외부 세계로는 알려지지 않는 갖자지 만행을 펼쳤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로힝야족의 독립을 인정할 경우 소수민족들로 이뤄진 미얀마의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로힝야족 사태는 민족,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상당 부분의 책임은 식민지 지배국 영국에게 있다. 아프리카 종족 분쟁도 영국이 식민지 지배 당시 소수 민족으로 하여금 다수 민족을 지배하는 정책으로 인한 종족 간의 갈등에 기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영국 정부는 ‘인권’을 강조하며 미얀마를 비난하고, 제재하기 바쁘다.

20200103_084246.jpg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로힝야족 종족 말살 혐의로 아웅산 수지가 재판을 받았다. 재판정 앞에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 @sbs뉴스

지난 12월 10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로힝야족 종족 말살 혐의로 아웅산 수지가 재판을 받았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에서 국부로 존경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가 고문으로 실직적인 미얀마의 통치자이다.


이날 수지 고문은 “미얀마군이 인종 학살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기 어렵다”며, “미얀마 군부의 작전은 로힝야 반군의 공격에 대한 대테러 차원의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라고 항변했다.


민주화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인 수지 고문의 이러한 발언에 국제 사회의 비난은 고조되고 있다. 그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수지 고문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얀마인 절대다수가 로힝야족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국내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사본 -20191229_141209.jpg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지 고문의 미얀마 내 인기는 절대적이다.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지 고문의 미얀마 내 인기는 절대적이다. 거리에서 아웅산 수지의 얼굴이 들어간 달력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거리 곳곳에 아웅산 수지를 지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아웅산 수지에 대해 묻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GOOD”을 외쳤다.


이완주(가명)씨 역시 그러한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한국 국민들이 편향된 보도를 통해 미얀마에 대해 나쁜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얀마 정부가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벌어진 오해의 측면도 크다고 했다. 또한 외부인들의 현지 실태조사를 막는 것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단지 현지의 치안이 불안해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미얀마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방글라데시가 자국민인 로힝야족을 수용하지 않는 것 역시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유엔 총회의 미얀마 규탄 결의안 통과 소식을 전하며, 세계 다수의 나라들이 이렇게 판단할 때는 근거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특별히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오랜 원한을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이유로도 학살이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강경 세력, 정치 권력자들로 인해 다수의 어린이, 여성, 일반 시민들이 희생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국제 사회가,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오랜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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