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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아 Sep 05. 2024

이런 여행이라니!

  나는 몇 년째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난다. 하루 3시간 새벽 시간에 잠깐.

  어렸을 적 친구와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시작하는 북한산 원효봉 여행. '우리는 힘들게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짧은 여행을 떠나는 거야'라는 내 말에 친구도 '그거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거창한 해외여행이나 알려진 명소 여행보다 지기知己와 함께 하는 이 미니 여행을 나는 매번 기다린다. 새벽에 만나 얼른 올라갔다 내려와 각자의 하루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잠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입으로는 수다를 떨며 눈은 푸르른 숲과 광활한 하늘을 일별하고 귀는 끝없는 매미 소리에 취하며 발은 성큼성큼 바위 위에서 도움을 닫는다.

  정상의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친구가 싸 온 신선한 샌드위치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눈앞의 웅장한 봉우리에 감탄한다. 수묵화가 그려진 달력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언제나 만나는 얼룩 길고양이에게도 말을 건다. 잠깐이지만 느긋한 이 시간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시간이 멈춘 듯하다.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든 '가는 길이 여행길'이라 생각하면 그 시간은 나에게 카이로스의 시간(일상적인 평범한 시간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시간)이 된다.

  가장 밀도 높은 대화는 상대방과 같이 걸으며 할 때 이루어진다고 한다. 발을 내디딜 때 뇌든 마음이든 자극을 받는가 보다. 걷다 보면 입과 머리가 트인다. 평소에는 안 떠오르던 생각들이 문득문득 고개를 내민다. 잘 몰랐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어떤 감정들이 입 밖으로 술술 표현되어 나온다. 그걸 귀 기울여 들어주고 포근하게 다독여주는 친구가 있다. 나 역시 그의 기쁨과 슬픔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며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에 푹 잠긴다.

  어쩌다 보니 올해의 그 뜨거운 뙤약볕을 무사히 통과했다. 짧은 가을 후의 겨울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마다 기온을 확인하며 얼마나 추울까 겁낼 것이다. 자연보호에 무지했던, 이상기후라는 무서운 반작용을 불러온 일부  선조들을 성토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자연을 거스르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이다 흥분 끝에 나름의 소소한 결의를 다질 것이다. 원효봉 결의쯤 되려나(결의 사항: 페트병 쓰레기 줄이기, 자원 절약하기 등등).  어떤 날은 아무래도 너무 추울 듯하니 오늘만 쉬어볼까 꾀도 부려볼 것이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목도리로 모자로 장갑으로 온몸을 칭칭 감싸고 눈만 빼꼼히 내민 채 뒤뚱뒤뚱 그러나 의연도 하게 뚜벅뚜벅 걸음을 뗄 것이다. 추위와 함께 하는 짧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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