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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4의 3번째 리부트, 여전히 판타스틱하지 않았다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스포일러 리뷰

by 천세곡

올해 마지막 마블 영화인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 7월 24일 개봉했다. 이름처럼 ‘판타스틱’한 역사를 가진 시리즈지만, 이번 영화는 무려 세 번째 리부트작이다.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시리즈가 번번이 갈아엎어진 이유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끝에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첫 번째 리부트였던 [2005년 판타스틱4]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제시카 알바와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개봉한 속편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은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시리즈는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15년, 조시 트랭크 감독의 두 번째 리부트가 세상에 나왔지만, 팬과 평론가 모두의 혹평 속에 ‘마블 흑역사’로 자리 잡게 된다. 성의 없는 스토리, 어설픈 연출과 액션, 원작을 무너뜨린 설정까지. ‘역대급 망작’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흥행에도 참패했다.


이번 작품은 세 번째 리부트이자, 마블이 직접 제작한 첫 번째 리부트다. 공교롭게도 전작으로부터 또다시 10년이 흘렀다. 과연 마블의 손을 거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 판타스틱4는 과연 ‘판타스틱’하게 되살아났을까?


개인적인 총평부터 말하자면, ‘무난 혹은 그 이하’의 영화였다. 티켓값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치 평양냉면 같은 영화랄까. 좋게 말하면 슴슴하고, 나쁘게 말하면 도파민이 전혀 터지지 않는 영화.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다. 마블 전성기 시절의 통쾌하고 짜릿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실버 서퍼와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볼 만했고, 세계관 최강자 갤럭투스는 크기만 컸지, 전혀 매력 없는 빌런이었다.


그가 지구를 침공했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떠올랐다. (해당 작품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영화 초반, 행성을 집어삼키는 어마무시한 존재로 묘사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정작 본 대결에서의 갤럭투스는 덩치만 큰 짐승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게 갤럭투스라고?” 하는 의문이 절로 들었다.


주인공들이 갤럭투스를 물리치는 방식도 허술하다. 엄청난 기술 ‘브릿지’를 통해 지구를 먼 우주로 보낸다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리드 리처드가 아무리 천재 과학자라 해도, 며칠 전엔 겨우 달걀 하나를 몇 미터 이동시키는 것이 전부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행성 이동? 물론, 그마저도 실버 서퍼에 의해 계획은 좌절된다.


결국 ‘플랜 B’로, 갤럭투스를 지구 대신 먼 우주로 보내는 기지를 발휘한다. 덫 놓고 야생 짐승을 유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장면에선 실소가 터질 정도였다. 거의 신급의 존재인 갤럭투스의 지능을 한참 무시한 설정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더 아쉽다. 전형적인 디즈니식 ‘가족주의’가 덧칠되어 있었다. 물론 이 팀 자체가 부부, 형제자매, 친구로 구성되어 있어 가족애는 피할 수 없는 테마다. 1961년, 스탠 리와 잭 커비가 창조한 마블 최초의 팀 히어로이기도 하니 원작 충실성 측면에선 납득 가능하다.


문제는 ‘가족애’ 그 자체가 아니라, 디즈니식 ‘가족주의’의 과도한 강조다. 어릴 적 보았던 디즈니 가족 영화에 세련미를 덧입힌 느낌이랄까. 마블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흥행 실패와 팬들의 기대 하락이 반복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 중심에는 디즈니의 영향이 있다. 인수 전후로 마블 영화의 색깔은 많이 바뀌었다. ‘페미니즘’을 앞세운 지나친 PC주의로 비판받은 데 이어, 이제는 ‘패밀리즘’의 진부함까지 더해진다. 이 디즈니스러운 색채가 히어로 장르 본연의 재미를 해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갤럭투스가 “아기 프랭클린을 넘기면 지구를 살려주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은 디즈니식 가족주의의 결정판이다. 주인공들은 단호하게 아기를 지키기로 한다. ‘전 인류 vs 내 아기’라는 초유의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도 고민조차 짧다. 특히 엄마인 ‘수’는 너무나도 단호하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가족의 개념은 훨씬 더 확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혈연 중심의 고전적 가족관을 고집하며 답답함을 준다. 결국 영화는 모두를 지켜내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야말로 ‘판타지’다. 쿠키 영상은 두 개지만, 첫 번째만 보면 충분하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첫 쿠키에 소름 돋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어벤져스 [둠스데이]로 연결하려는 억지스러운 연출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장점도 분명 있다. 기존 마블 시리즈와의 접점이 없다는 점이다. 어벤져스가 활약하던 지구와는 다른 차원의 ‘지구 828’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마블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객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레트로한 미장센이다. 지구 828은 1960년대의 정서를 지닌 공간이다. [완다비전]에서 복고풍 연출을 보여줬던 맷 샤크먼 감독답게, 이번에도 감각적인 연출이 빛난다. 특히 판타스틱4의 상징 컬러인 블루를 촌스럽지 않게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OST도 귀에 꽤 남는다. ‘판타스틱4’를 반복하는 단순한 합창 멜로디는 수능 금지송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입에 맴돌았다. 결론적으로, 감각적인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 레트로 감성과 달리, 디즈니식 가족주의 메시지는 진부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세 번째 리부트마저도, 기대만큼 ‘판타스틱’하지는 않았던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었다.




*사진출처: 디즈니마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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