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에세이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를 읽고
마흔이 넘어가면 인생의 지도가 선명해질 줄 알았습니다.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의 경지에 도달해, 세상 이치에 통달하고 흔들림 없는 단단한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막상 마주한 오십은 여전히 안개 속을 걷는 듯 막막하고, 때로는 청춘보다 더 서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곤 합니다.
이주희 작가의 저서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는 바로 그 지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넵니다. 이 책은 오십이라는 나이를 ‘완성’이 아닌 ‘적당한 비워냄’의 시기로 재정의합니다.
우리는 평생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지식은 곧 경쟁력이었고, 타인의 삶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처세의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십의 문턱에서 깨닫는 진실은, 너무 많은 앎이 때로는 독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알려고 애쓰기보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두는 여유가 필요하다고요. 타인의 속마음을 억지로 파헤치지 않고, 세상의 모든 흐름을 따라잡으려 가쁜 숨을 내몰지 않는 것. 그 ‘적당한 모름’이야말로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고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세련된 기술입니다.
오십은 자녀가 품을 떠나고, 부모님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직장에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시기입니다. 역할로만 정의되던 '나'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뿐입니다. 이 책은 그 낯선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젊은 날의 오십이 '내리막길'로 보였다면, 이주희 작가의 시선으로 본 오십은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완만한 산책로'입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주름진 얼굴에서 삶의 궤적을 발견하며, 화려한 성공보다는 오늘 마시는 차 한 잔의 온기에 집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것은 포기가 아니라,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입니다.
'적당히'라는 말은 언뜻 무책임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십에게 이 단어는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적당한 거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숨 쉴 틈을 주는 것.
적당한 속도: 남들의 보폭에 맞추지 않고 나의 호흡을 찾는 것.
적당한 욕심: 가질 수 없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
작가는 독자들에게 완벽한 어른이 되려 하지 말라고 다독입니다. 조금은 부족해도, 조금은 몰라도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오십의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합니다.
오십은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두 번째 봄입니다.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를 덮으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그것은 세상이 변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여유'라는 필터가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인 내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적당히 모르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있고, 조금 알기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오십, 참 괜찮은 나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