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은 일기

by 서연필

오랜 친구가 하나 있다.

내 성격에 그것도 천운이다.


말이 맞고 뜻이 맞아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 내가 너 같고, 네가 나 같은 사이.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 연락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서로는 그 자리에 있었다.

1년 만에 만나도, 2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이처럼 재잘대던 우리는 나이가 쉰이 되어도 여고생이다.


어제 운전 중에 부고장을 받았다.

힐끔.

또 힐끔.

무슨 말이야.

신호대기 중에 읽었다.

아니라며 부정했다.


지난 12월.

1년 만에 만난 날.

친구는

평생 고생만 하던 엄마가 이제야 편해졌다며 좋아했다.

나도 얼마나 속이 편하고 후련하던지 기뻤다.

마치 우리 엄마의 해방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엄마의 해방은 언제쯤 올까 슬프기도 했다.


장례식장으로 내달렸다.


특2호

입구에 도착했다.

어떤 얼굴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

뒷걸음치듯 물러나는 발을 끌어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벌써 왔냐며 통곡했다.

둘이서 부둥켜안고 더 크게 더 크게 울었다.


친구는

자기가 입방정을 떨어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고 아팠다.


내가 좋아하는 내 친구가

엄마 없는 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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