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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5. 2024

꿈 속에서 넘어졌는데 발가락만 꿈틀

수필: 잠을 자다가 느껴지는 그 진동

피로에 쌓였는지 계속해서 잠투성이었다. 잠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달렸다.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듯한 아파트 계단이 끝없이 펼쳐지는 꿈이었는데, 그러다 실수로 계단을 잘못 밟자마자 발가락 사이사이가 현실에서 꿈틀거리며 아렸다. 그 아린 순간, 나는 눈을 뜨고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선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어느 세계를 택할지 고민했다. 결국, 너무 졸렸기에 다시 잠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꿈들. 이번 꿈의 색채는 붉은색이었다. 붉게 강렬하게 칠해진 페인트 통 안을 걸어 다니며, 수영도 하고 가끔은 친구의 안부 인사를 전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지나가다 페인트 통의 둥근 모서리에 팔을 찔렸더니, 현실에서 팔꿈치가 아려왔다. 이번에는 팔꿈치를 비비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니 역시 꿈과 현실의 경계선 사이에 서 있었고, 나는 현실과 더 가까운 쪽이었는지 내 방 천장이 보였다. 천장을 보자 꿈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일어나서 그 꿈일기를 써내려갔다.


꿈일기는 이렇게 강렬하고도 색채가 있으며, 무엇보다 스토리 플로우가 있을 때마다, 눈곱이 낀 채 흐릿한 눈빛으로 써내려간다. 거기 있었던 물건들과 동물들부터 시작해 이야기를 써내려가다 보면 잊히려는 기억과 꿈. 그 꿈을 붙잡으려 애쓰다 보면 10줄 정도는 써서 기억에 남기려 한다. 앗싸, 오늘의 소재 발견이다.


사람이 계속해서 꿈에서 자극을 받는가 보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는데, 그 꿈에서는 심장이 내려앉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다. 그때만큼은 눈이 번쩍 뜨이면서 캄캄한 밤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다가 다시 잠들려고 뒤척이면, 꿈에서 다시 떨어질까 봐 눈이 쉽게 감기지 않는다. 결국 나는 일어나서 그 꿈일기를 써본다. 파란색으로 오늘의 날짜를 쓰고, 모닝 페이지보다 먼저 꿈일기를 작성한다. 그러다 멍 때리다 보면 어느새 졸음이 쏟아져 다시 따뜻한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이번에는 꿈틀거림 없이 푹 잤다. 잠에서 깨지 않고 정말 깊은 비렘 수면을 한 것 같다. 꿈조차 없었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내 뇌는 평온을 찾은 듯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도록 잠에 빠져 있었다. 어둠이 지나 새벽을 통과해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때쯤, 머리에 새집을 얹은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잠에서 깼다. 오늘의 신문을 읽으며 뇌를 다시 한 번 깨워야 한다. 그리고 얼른 오늘의 기사를 읽는다. 오늘도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침대 속에서 기사를 읽다가 발가락을 꿈틀거려본다. 그러자 뇌까지 전파가 전해지며 기지개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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