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성현 Dec 28. 2020

공포영화 리뷰: 일라이

★★★★


넷플릭스 메인에 들어갈 때마다 요새 인기작이라고 추천해 주던 영화입니다.


썸네일을 보아하니 금발 소년이 뭔가 고통스런 일을 겪는 단순한 내용인 것 같아서 관심이 안 갔는데, 요새 비염 때문에 집에서 골골거리다 보니 할 일이 없어서 마침내 클릭했습니다. 언젠가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호러 카테고리에 있는 모든 영화를 보는 게 목표니... 틈날 때마다 정진해야겠죠?


여튼 각설하고, 예상보다 훨씬 재미진 영화였습니다.


자가면역증후군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방호복을 입고 생활하는 일라이. 그리고 그런 일라이를 애지중지하는 어머니. 존재감은 별로 없지만 어머니에게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은 아버지. 이 셋은 일라이를 고쳐 줄 의사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목적지는 병원이 아닌, 외진 곳에 있는 웬 저택입니다. 가족은 완벽한 무균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그 곳에 들어가 박사님을 만나고 일라이의 치료를 시작합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가 의심스러워집니다. 집에는 일라이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이 출몰하고, 치료를 거듭할수록 일라이의 상태는 나빠집니다. 일라이는 매일 밤 초자연적인 이상 현상을 겪으며 부모님에게 뭔가 이상하다고 호소하지만, 박사는 약물 때문에 헛것을 볼 수 있다고만 말할 뿐. 아무도 일라이의 말을 믿어 주지 않습니다.


'어린 소년'과 '의심스럽다', 두 가지의 키워드가 중요한 영화입니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은 아는 게 없어야 하고, 그 점이 자연스레 긴장을 유발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린아이가 주인공이면 더욱 효과적이죠. 관객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구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린아이가 처한 상황과 그 주변 인물이 의심스러울수록, 어린아이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순진한 애일수록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내던져진 어린아이' 포맷이란 누구에게나 익숙한 만큼, 또 자칫하면 재미없어지기도 쉽습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과연 재미가 있을지 의구심을 안고 시작했습니다만... 끝나고 보니 아주 좋네요. '진실을 찾아가는 무지하고 무구한 주인공'과 '진실을 숨기고 있는 주변인'의 대립과 긴장을 클래식하게 끌고 가다가 끝에 완전히 방향을 틀어 버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바뀐 방향도 완전 말이 돼요.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맛도 있는 멋진 결말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포맷의 공포영화에 익숙하시다면, 또 이런 공식을 따르는 수많은 영화 중 하나인 <일라이>가 얼마나 재미질지 의구심을 품고 계신다면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2편이 나왔으면 합니다.)


감독인 시아란 포이는 <힐하우스의 유령> 일부 에피소드를 감독하기도 했고, <제랄드의 게임>의 프로듀서기도 한 모양이에요. <제랄드의 게임> 역시 재밌게 본 영화라 조만간 리뷰해야겠습니다. <살인소설 2>도 감독한 모양인데 시니스터 시리즈는 1편만 보고 아직 2편을 안 봐서... 1편이 썩 기억에 남지는 않았는데 또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만 있습니다. 조만간 한 번 복습해야겠어요.


★★★★ 사전정보 없이 봤을 때 그 나름의 맛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