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제비

by 개똥이

석양에 물든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눈에 오래 담아두고 싶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흩날려 길게 늘어진 흰 구름이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타마가와의 잔잔한 물결도 핑크색이었다. 공기마저 핑크빛일 것만 같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았다. 내 몸 마저 핑크로 물들여 줄 것만 같았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하늘은 나를 창가에 오래 붙잡아두었다.
어느덧 핑크빛 하늘에 붉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무렵, 하늘엔 작은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망원경처럼 내 눈동자의 조리개가 조용히 초점을 맞추었다.
작은 새들이 바쁘게 날고 있었다. 처음엔 열 마리쯤 눈에 띄더니, 순식간에 수백 마리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와…” 저절로 감탄이 터졌다.
핑크빛 하늘 위를 나는 작은 요정들의 춤사위는 실로 몽환적이었다.

나는 불멍을 하듯, 조용히 그들의 날갯짓을 따라갔다.
그 순간,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어느새 나는 새가 되어 있었다.
이 느낌은 뭐였을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른 생명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만약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다면, 나는 내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를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유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일지 모른다.

작은 새가 쏘아 올린 생명력.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느낀 나의 살아 있음.
모든 것이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바로 찾아보았다.

그 작은 생명체는 ‘초원제비’였다. 5월에서 6월 사이 집 앞 강가 갈대밭으로 날아와 7월에 번식하고, 아침저녁으로 먹이활동을 하며 어린 새들은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내가 본 하늘은 어미와 새끼들이 함께 나는 연습을 하던 순간이었다. 너무 귀엽지 않은가.
우리 집 앞마당과 다름없는 곳으로 날아와 나에게 생명력을 건네준 그 작은 새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며칠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남쪽으로 떠나기 전까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다가 내년에 또 돌아와 주기를, 나는 조용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