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의 밤을 달래는 가장 얇은 달콤함.

로띠.

by 칠이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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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진다.


더 이상 무엇을 '보러'가는 것이 아닌

그냥 흘러가는 거리 위에 몸을 맡기게 되는 시간.

그때쯤 주변을 둘러보면 어김없이 '로띠'가 있다.


금속판 위에 반죽이 구워지며 나는 기분 좋은 마찰음.

버터가 녹아들며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단 향.

태국 여행의 시간은 대부분 소란스럽지만,

로띠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잠시 멈춘다.


이 얇은 반죽 한 장은 여행자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리 한복판에서 완성되는 '가장 일상적인 디저트'

로띠는 특별한 음식을 흉내 내지 않는다.

멋을 부리지도 않고, 접시에 담겨 나오지도 않는다.

작은 노점과 철판 하나.

이 단출한 구성은 로띠가 태국의 '생활 음식'인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죽은 공중에서 얇게 늘어지고, 철판 위에서 빠르게 접힌다.

숙련된 손놀림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바삭하게 익은 반죽 위에 연유가 천천히 흐를 때,

로띠는 디저트라기보다는

태국 여행에 반드시 거쳐가야 할 코스처럼 느껴진다.


달지만 과하지 않은 이유

태국 여행에서 만난 로띠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맛 때문이 아니다.


물론 달다. 연유는 넉넉하고, 바나나는 충분히 부드럽다.

하지만 로띠에서 느껴지는 이 단맛은 공격적이지 않다.

입안을 빠르게 점령하지도, 오래 눌러앉지도 않는다.


태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미 너무 많은 맛을 겪는다.

향신료, 매운맛, 기름진 음식들.

그 사이에서 로띠의 단맛은 쉬어가는 구간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고, 그래서 자꾸 떠오른다.


태국을 떠올릴 때 은근히 계속 생각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먹는다'기보다 '붙잡는' 감각

태국 여행 중 로띠를 먹는 순간은 대개 서 있거나, 길 가장자리다.

플라스틱 혹은 종이 접시를 한 손에 들고, 포크로 푹 찍어 한 입에 넣는다.


'목적'이기보다 '과정'의 한순간으로 오히려 좋다.

완전히 쉬지도, 완전히 이동하지도 않은 상태.

로띠는 이 중간 지점의 감각을 정확히 알고 있다.


관광지와 일상, 낮과 밤, 허기와 만족 사이.


그래서 로띠를 먹고 나면,

'무언가를 했다'기보다 '여행을 왔다'는 기분이 남는다.


태국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

태국 여행이 끝난 뒤,

어떤 사람은 사원과 해변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시장의 소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로띠를 기억하는 사람은,

태국을 조금 더 몸으로 여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버터 냄새가 섞인 밤공기,

철판 위에서 나는 얇은 소리,

그리고 손에 남은 연유의 끈적함.


태국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달콤함 하나로

여행의 기억 속에 조용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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