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고야만 한 2026년

by 오로라의소리


결국 오고야만 했습니다. 2026년.


수없이 이 날이 올 때까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상하게도 준비는 늘 부족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생기면,

여유가 조금만 더 생기면,

마음이 정리되면 시작하겠다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됩니다.

준비는 ‘완성’되는 상태가 아니라,

시작하면서 만들어지는 감각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는 결론이 단순해졌습니다.

부족해도, 정리되지 않아도, 조금은 어설퍼도...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



도전과제들 사이에서, 글쓰기가 유독 중요한 이유


2026년에 제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습니다.

새로운 계획, 일의 확장, 관계의 확장, 방향의 선택.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도전과제"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있겠죠.


그런데 그 많은 과제들 가운데,

제가 유독 글쓰기를 중요한

한 가지로 꼽는 이유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리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서만 돌던 생각은 대개 과장되거나 왜곡됩니다.

불안은 더 커지고, 가능성은 더 작아지죠.

하지만 글로 꺼내는 순간, 생각은 크기가 정해집니다.

형태가 생기고, 순서가 생기고,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글쓰기란 결국

"내가 지금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입니다.



2026년, 브런치에 100개의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정했습니다.

2026년, 브런치에 100개의 글을 쓰기로요.


계산해보면 일주일에 2편 정도입니다.

길게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짧고 선명한 글이어도 충분합니다.


어떤 주는 생각이 잘 풀릴 것이고,

어떤 주는 한 줄도 버거울 때가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야”라고

가볍게 말하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합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글을 쓰는 일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니까요.


특히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글쓰기는 늘 뒤로 밀립니다.


“오늘은 너무 지쳤고, 내일 쓰자.”


“오늘은 급한 일이 있고, 주말에 몰아서 쓰자.”


“조금 더 좋은 소재가 떠오르면 쓰자.”


이 말들은 하나같이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그 합리성이 쌓이면,

글은 결국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록의 누적은 성장을 담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록의 누적은 성장을 담보합니다.


거창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문장을 꽤 믿습니다.


성장은 대개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기록들이 쌓여서 생긴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10번째 글을 쓸 때는 보이지 않던 흐름이

30번째 글을 쓰면 보이기 시작하고,


•50번째 글을 지나면

내가 반복하는 질문과 관심사가 정리되며,


•100번째 글 즈음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어느 정도 문장으로 남습니다.


그 문장은 결국,

내가 다음 선택을 할 때 기준이 되어주고,

누군가 나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주고,

때로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집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장면을 보아왔습니다.

어떤 기회는 실력만으로 오지 않고,

어떤 연결은 소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길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향을 오래 지켜온

사람인지를 보여줄 때 열립니다.


글은 그걸 설명하지 않아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습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문장이 매번 아름답지 않아도,

주제가 거창하지 않아도.


저는 올해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중요한 건 매번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요.


글쓰기를 마치 운동처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루에 엄청난 무게를 들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주기적으로, 꾸준히, 몸을 쓰듯 문장을 쓰는 것.


그 반복이

어느 순간 ‘실력’이 아니라 ‘정체성’이 됩니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그 문장이 내 삶을 조금씩 바꿉니다.



오늘, 짧은 다짐을 남긴다


오늘은 그 시작점입니다.


이 짧은 다짐이

앞으로의 시간을 바꿀 만큼 크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다짐이란 원래

그 순간에는 작고 조용하지만,

시간 속에서는 점점 큰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우하게 될 사람들,

앞으로 연결될 관계들,

그 관계가 만들어낼 변주를요.


어쩌면 글은

관계를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결을 바꾸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표면적인 인연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공유하는 인연을 만나게 하는 것.


그래서 저는 씁니다.

지금은 부족해도, 정리되지 않아도.


결국 오고야만 한 2026년을,

'시작한 해'로 남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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