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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Sep 22. 2022

신촌의 밤은 시끄럽다

신촌에서 잠은 다 잤다

 문턱도 못 넘어 본 남의 대학 앞에 굳이 자취방을 구했지만 그래도 살기로 했으니 세간 살림 이것저것을 들여 놓아야 했다.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가서 양손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신촌 바닥을 지나 집으로 낑낑대며 왔다.  많이 샀다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다 늘어 놓고 보니 화장실 수납장이 두루마리 휴지로 꽉 채워진 거 말고는 딱히 티가 나는 건 없었다.


 아무리 잡동사니를 채워놔 봐야 가구가 들어차지 않으면 휑할 뿐 인가 보다. 가구래 봐야 창가에 붙여 놓은 수퍼 싱글 침대 하나와 다용도로 사용할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방에 티비도 없이 덩그러니 있자니 허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대학 다닐 때는 라디오 하나만으로도 별 아쉬움 없이 잘만 살았는데... 그래도 낭만 가득하다 느끼며 생각했던 것처럼 밤에 창가의 침대에 누워 시야의 반쪽으로 꽉 채운 서울의 밤하늘을 보는 건 꽤나 분위기가 있었 창문을 열고 기대 서서 거리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 방이 참 시각적으로는 좋은 방인데...청각적으로는 아주 열악한 방이란 걸 알게 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왁자지껄한 소리도 번잡한 서울의 소리라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다. 초반에는 직장 일이 바빠 밤늦게 퇴근해서 피곤한 몸으로 잠들어 버리거나 아예 당직실에서 잠을 자는 일이 있어 몰랐다. 시간이 좀 지나 자취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가며 나의 현실 자각이 시작되었다.      


 나의 퇴근 시간은 곧 국내 명문대 앞 번화가인 신촌 축제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대학생들은 거의 매일을 축제로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대학 시절에 왜 저러지 못했을까 하는 서운함이 생길 정도로 이곳 대학생들은 매일매일을 즐겨대는 것 같았다.


 신촌을 즐기는 건 비단 이 곳 대학생뿐만 아니었다. 몇 번은 재밌어 보인다하며 구경하는 맛이 있었지만, 매일 같이 반복되 밤 늦도록 내 방까지 물꾸물 기어 오는 쿵짝거리며 왁자지껄한 그 소음에 스물스물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틀어대는 음악과 취객들의 고성방가는 밤새도록 그칠 줄 몰랐 내 방의 그 큰 창은 단일창이라 방음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유리보다 더 얇은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멋지게 꾸며놓은 건 이걸 위한 연막이었나? 이래서 시장 조사가 중요한가보다. 시간이 갈수록 소음에 취약해진 나는 점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갔고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이었다.


 게다가 같은 건물 지에 있는 bar에서는 우리 가게 여기 있다며 길가에 스피커를 올려 영업이 끝날 때까지 너무나도 분위기 있고 멋진 음악을 아주 아주 큰 소리로 틀어 댔다. bar는 새벽 3~4시경에 문을 닫았다. 난생 처음으로 소음 공해의 무시무시함을 제대로 었다. ‘부동산 아줌마가 괜히 국밥을 사준 게 아니구나. 이거 먹고 힘내라는 거였구나.’ 했다.     


 창가에 누워 멋진 하늘을 보며 소음에 시달리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지쳐 잠이 들던 날들 속에서 난 아예 일부러 늦게까지 일을 하다 들어오거나 당직실에서 잠을 자는 날이 늘어났고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면 억지로 늦은 시간까지 놀다 오곤 했다. 집에 들어가 잘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석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를동안 내 방에서 잠을 잔 건 30일 남짓 되었던 것 같다. 이대로는 살 수 없겠다 싶어 할 수 없이 방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집 떠나와 이 한 몸 편히 뉘일 공간을 찾는 건 녹녹치 않은 일이었다. 정말 창가에 서서 소리치고 싶었다.


 '야!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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