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불가세상 속, 어느 YOLO족의 고백
꿈을 꾸기엔 세상은 너무 비싸졌어요
희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었는데,
이젠 세상은 저 멀리 높은 구름 위에 걸려있어요
이젠 희망은 가슴에 품기엔 너무 무거워졌어요
이젠 세상은 꿈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어요
나도 세상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렸어요
숨고를 틈 없이 달렸어요
하지만 세상은 내가 싫은 걸까요
세상은 더 빨리 저 멀리 날아가요
잡을 수 없는 속도로
세상은 더 높이 솟아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이젠 세상이 꿈같은 존재가 돼버렸어요
엄빠의 시대는 내겐 일어나지 않는 동화 같은 세상이에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비싼 꿈대신
저렴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을 골라 담게 되었어요
시원한 커피를 마셔요
멋진 브런치도 먹어요
소소한 여행도 가요
멋진 사진을 내 sns 세상에 올려요
누구는 사치라고 불러요
하지만 제겐 숨 쉬는 방식이에요
감히 우러러보지도 못할 만큼 높아진 세상을 향한,
입장불가라며 기회의 문을 열어주지않는 세상을 향한
작디작은 제가 부리는 작은 자존심이에요
나의 희망을 내려놓게 한 야속한 세상을 향한
힘없는 나의 작은 용기예요
내일을 포기한 것이 아니에요
오늘을 포기하지 않은 거예요
다 써보지 못한 내 꿈들은 고이 접어
나의 열심을 바쳐주던 내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두고
평생 쓰지 않고 모아도 못 살 거라는 집도
같이 접어 넣어두었어요
언젠가 다시 꺼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희망도 제게 사치일까요
이젠 무언가 열심히 준비하며 산다는 게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린 비싼 세상을 향해
오늘의 기쁨만은 내 것이라고 저항하듯
향긋한 커피처럼 쓰게 웃으며
소리 없이 항복합니다
욜로족(YOLO族)은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YOLO에서 나온 표현으로,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가치관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여, 저축보다는 여행, 맛집, 자기 취향 소비 등에 적극적이고, 불확실한 사회와 경제적 현실 속에서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 '지금의 나를 위한 선택'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적 맥락에서 보면, 욜로는 단순한 낙천주의나 소비주의가 아니라, 높은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끝없는 경쟁 속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도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현실을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며, 무너진 희망 위에 올려놓은 자기만의 삶의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값을 치러야 하는 비싼 세상에서 어쩌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오늘을 택했을지도.
그들은 포기한 게 아니라, 버틸 수 없어 내려놓은 것이었습니다. 오늘을 선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릴 적엔 다들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문턱이 너무 높았고, 그 문 앞에서 자꾸 상처만 남았을 때 그들은 말없이 방향을 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건,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처 입은 희망을 조용히 안아주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들의 방식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그들만의 속도로,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세상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요. 바뀌어하는 건 어쩌면 세상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