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할 수 없는 이를 위로하며
소복소복 수북수북
네게 말하지 못한 위로가
가을낙엽처럼 내 안에 하염없이 쌓인다
위로의 바람이 있다면 수만리에 있는 네게 날아갈 텐데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까
어떤 글로 네 맘의 어둠을 비출 수 있을까
내 말이 빛이라면
내 글이 불이라면
네 안의 어둠을 한순간에 물리칠 수 있을 텐데
사실, 나는 네게 빛이 될 위로의 한 글자조차 모른다
네가 빠진 그 어둠의 깊이를 가늠할 길이 없어
내 말문도
내 글문도
막힌다
제대로 된 위로의 한마디 꺼낼 수 없어
내 슬픔은 매일 깊이 패인다
제대로 된 위로의 한 글자도 쓸 수 없어
내 마음은 매일 무거워져만 간다
이제 너무 깊어지고 무거워진 내 슬픔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겨워
제대로 된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이 내게 위로가 될까
네 슬픔이 내 가슴을 이렇게 짓누르는데
여전히 그 무게를 알 길 없어,
아직도 그 무게를 안아줄 수도 없어,
내 마음은 매일 부서진다
짓눌려 부서져가는 내 마음은 아프다 너무나.
넌 얼마나 아플까
내 슬픔이 저 큰 바위 내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이라면
네 슬픔은 저 높디높은 산 네 인생을 짓눌러 숨조차 막는 아픔이겠지
내 슬픔이 저 깊은 호수 밑까지 닿았다면
네 슬픔은 저 깊은 바다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곳까지 닿아있겠지
내 슬픔의 바다가 바람결에 흔들릴 때
네 슬픔의 바다는 폭풍우를 품고 휘몰아치고 있겠지
내 슬픔이 마른땅 위 갈라진 금이라면
네 슬픔은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메마른 협곡이겠지
난 감히 위로의 길을 알지 못해
오늘도 그저 너의 슬픔을 바라만 본다
난 차마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어
오늘도 말없이 그저 하늘을 올려다본다
내 마른땅 위에
네 메마른 깊이 패인 협곡에
부디 슬픔을 씻겨낼 위로의 비가 내리기를
위로의 비여...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나도 겪어보지 못한 슬픔을 겪은 이에게 내가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혹여나 어설픈 나의 위로의 말이 더 큰 슬픔이 될까 앞이 깜깜합니다. 큰 슬픔 속에 살 수 없는 삶을 버티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 아픔을 보고 있자니 보는 사람조차 버티기가 힘들 때가 있습니다. 보는 이도 이렇게 힘든데, 깊은 상실감을 겪는 사람은 얼마나 아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때, 과연 어떤 위로가 진짜 위로가 될까요. 그저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안되니 하늘의 힘을 기대합니다. 위로의 단비가 내려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