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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7

오행 사상이 현대의 경영 전략에도 유효한가?

by 박종규

이제 우리는 보다 핵심적 질문에 봉착했다. 과연 중국 고대 병법의 근거가 된 음양오행설이 현대 경영 전략 수립에 실제적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전쟁사에서 시도된 많은 승리의 전략들을 참고로 현대에 응용할 수는 있다. 알렉산더가 다리우스를 물리칠 때 사용한 전략이나 시저가 갈리아 전투나 그 후 로마 진입에 사용한 전략 그리고 2차 대전 시 미국의 아이젠하워나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그리고 태평양 전쟁이나 한국 전쟁에서 멕아더 장군이 구사한 전략들은 현대 군사 전략의 데이버베이스에 저장되어 언제든지 현대전에도 응용가능할 것이다.

1950년대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허먼 칸(Herman Kahn)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래드 연구소에서 군무하면서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 특히 냉전 시대의 핵전쟁과 같은 '생각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고안된 미래 예측 및 전략 기법인 <시나리오 플래이닝 이론>을 고안했다. 그 후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안보 위협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데프콘 단계를 언제, 어떻게 상향 조정할지 등의 대응 방안을 수립하였다. 영화에서 위기 순간의 단계에 따라 데프콘의 단계가 높아지는 것을 여러분은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워치콘과 진돗개 경보가 있다.

다시 오행설의 나오는 문헌적 근거를 추적해 보자. 유교의 삼경 중 서경의 주서(周書)에 나오는 홍범(洪範: 우임금이 낙서를 주어 본받아 시행하게 한 통치의 기본 원칙) 장에서 주무왕은 은나라의 충신이자 책사인 기자(箕子)에게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아! 기자여! 하늘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아래 백성을 안정시켜서 그 거처하는 것을 도와 화합하게 하시니, 나는 그 인륜이 펴지게 할 바를 못한다." 이 물음에 기자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들으니, 옛날에 곤이 큰 물을 막아서 오행을 어지러이 시행하사, 제가 이에 진노하여 홍범구주를 주지 아니하여 인륜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곤이 벌을 받아 죽고 우 임금이 이어 일어나자 하늘이 우 임금에게 홍범구주 [洪範九疇: 홍범은 대법(大法)을 말하고, 구주는 9개 조(條)를 말하는 것으로, 즉 9개 조항의 큰 법을 의미)]를 주어 인륜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의 일조가 바로 오행이다. 기자는 이어서 말한다. "첫 번째 오행의 일은 수(水)를 말하고, 이는 화(火)를 말하고, 삼은 목(木)을 말하고, 사는 금(金)을 말하고, 오는 토(土)를 말하는 것입니다. 수는 젖으며 내려가는 것을 말하고, 화는 불꽃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하고, 목은 굽은 것과 곧은 것을 말하고, 금은 따르는 것과 변하는 것을 말하고, 토는 이에 심고 가꾸는 것입니다. 젖으며 내려가는 것은 짠 것이 되고, 불꽃으로 올라가는 것은 쓴 것이 되고, 굽으며 곧은 것은 신 것이 되고, 따르며 변하는 것은 매운 것이 되고, 심으며 거두는 것은 단 것이 됩니다."

"두 번째 오사(五事)는 일은 모양이고, 이는 말이고, 삼은 보는 것이고, 사는 듣는 것이고, 오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양은 공손하고, 말은 순종하고, 보는 것은 눈이 밝고, 듣는 것은 귀 밝고, 생각은 통합니다. 공손하면 엄숙하게 되며, 이치에 맞으면 조리가 있고, 보는 것이 밝으면 지혜롭게 되며, 이치에 맞으면 조리가 있고, 듣는 것이 분명하면 헤아림이 있고, 생각이 은미한 데까지 통하면 통달하지 않음이 없습니다."(서경, 유교경전번역총서 5, 성균관대출판부) 오랜 시대 동안 중국의 통치자나 학자들은 오사를 오행에 연관시키는 것을 하늘과 인간이 합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강태공은 오행의 원리에서 오음과 십이율을 이용하여 전술 전략으로 사용한다. "오음을 가지고 적의 움직임을 아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하늘이 맑고 먹구름이나 비바람이 전혀 없는 때를 이용하여, 한밤중에 가볍게 무장한 기병을 적군의 보루에서 약 9백 걸음쯤 떨어진 지점까지 은밀히 다가가게 합니다. 그런 다음 십이율의 관을 귀에 들이대고 적진을 향해 큰 소리로 함성을 질러 적군을 놀라게 합니다.... 각의 소리가 관에 올라온다면 적은 나무의 형세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무의 형세를 이길 수 있는 쇠의 기운을 이용하여, 방향으로는 백호로 상징되는 서쪽, 계절로는 가을, 날짜로는 경신일에 맞추어 공격해야 합니다."

다른 음에 관한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는 사람은 [육도 삼략]의 용도 편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다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오자. 중국 내 혹은 주변국과의 많은 전쟁에서도 대개 이런 전략을 기초로 전투를 치렀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현재 중국의 군사전략가나 경영전략가들은 현대의 모든 경로(위성, 인터넷 검색, 유통 플랫폼 등)에서 모은 데이터베이스 분석과 더불어 큰 형세 판단에는 아직도 고대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이나 구미의 현대 군사 및 경영 전략론은 주로 슈퍼컴퓨터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판단은 사람의 몫이다. 왜냐하면 모든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AI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사전 핵 경보가 올려와도 핵 버튼을 누르는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만약 이것마저 컴퓨터의 자동 대응 시스템에 맞겨버린다면 인류의 멸망은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 바로 현재이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윤리적 근거에 있다. 그러나 이미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자동으로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체계에는 인간의 개입이 오히려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가올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보다 더 안전한 주행을 보장하면 곧 모든 차에 이런 시스템이 첨가될 것이다.

수천 년간 동아시아인 들은 오행의 원리에 기초한 한의학에 의해 대개의 질병의 처방과 병행한 침, 뜸, 지압 등의 보조 요법을 받아왔다. 물론 임상 데이터의 구축이 서양 의학보다 늦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처방들의 활용 가능성은 무한하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현대 경영 이론에 접합하려는 시도는 일본과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주요 결과물 검색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국내외 논문 / 학술 연구 동향 1. 주역(周易)을 통한 경영자의 본질 연구: 음양오행과 건괘를 중심으로” 염배훈, 김현수 (2019) 전문경영인연구 저널 2. “陰陽五行が示す経営プロセスサイクル” 경영 프로세스를 음양오행 사상으로 순환과 능력 모델로 해석한 논문 3. 相生相剋と システム思考 (상생·상극과 시스템 사고)” 경영 맥락에서 오행의 ‘상생(생성) vs 상극(제약)’ 개념과 현대 시스템 사고를 연결한 칼럼. 4. 戦略統合研究パラダイム の理論構築と実証” 呉晶津 (2022). 전략 이론과 동양 사상의 통합 가능성 등이 있다.

<음양오행 기반 CEO 사례 연구>란 주제로 간략한 논문을 ChatGPT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오행별 CEO 사례 1) 木(목) — 창의·혁신·성장 에너지 CEO, 대표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 – Apple, 오행 관점 분석, 목의 상승 에너지 기존 질서 파괴, 목의 ‘확장성’ 생태계 구축, 앱스토어, iOS 생태계 등 지속 성장 구조 구축, 잡스는 목(木) 중심의 초혁신형 CEO이고, 위기(해임) 이후 Pixar, NeXT 경험으로 수(水)와 金(금)의 균형을 갖추며 완성된 리더가 되었다. 2) 火(화) — 열정·브랜드·확산의 CEO, 대표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 – Tesla / SpaceX, 화(火)의 핵심: 속도, 추진력, 비전 확산, 브랜드 카리스마, 오행 관점 분석, 화의 ‘확산’ 강력한 비전 전달, 속도 중심의 경영, 소프트웨어 OTA 업데이트, 제조혁신 기법(Gigacasting), 과도한 火 금(金)과 수(水) 부족 시 리스크, 의사결정 충동성, 비상식적 커뮤니케이션, 규제기관과 충돌


3) 土(토) — 안정·중재·탄탄한 내실의 CEO, 대표 CEO 팀 쿡(Tim Cook) – Apple, 토(土)의 핵심: 안정, 조정, 지속가능성, 운영 최적화, 오행 관점 분석, 토의 ‘중심 잡기’ 위기 없는 조직운영, 안정적 공급망 재편(Operations), 단점: 화(火)의 파괴적 혁신력은 약함, XR·AI 등 신성장 동력에서 보수적 접근. 4) 金(금) — 결단·구조화·질서·성과 중심 CEO, 대표 CEO: 이건희 – 삼성그룹, 금(金)의 핵심: 절제, 구조화, 규율, 성과의 창출, 오행 관점 분석, 금은 ‘정제·구조화’의 상징, 1993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재구조화, 금이 과도할 경우: 강한 내부 압박, ‘조직 스트레스’ 증가 5) 水(수) — 학습·지혜·위기관리·미래 준비 CEO, 대표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 Microsoft, 수(水)의 핵심: 유연성, 학습, 근원적 이해, 장기 전략, 오행 관점 분석, 수의 ‘지식·지혜의 흐름’ 조직문화 대전환, MS를 경쟁·적대 문화에서 협업·성장문화(Growth Mindset)로 전환, 클라우드 중심의 장기 전략, Azure 기반으로 기업 시가총액 세계 1위 도약, 과도한 水 지나친 합리·느림, 혁신 속도에서 화(火) 성향 대비 상대적 완만함

음양오행의 원리로써 CEO의 전략 성향을 분류하는 것은 기업 생애주기를 <오행 순환 원리(상생·순환)>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예로서 1) 창업기 木(목) CEO 필요, 2) 시장 확산기 火(화) CEO 필요 3) 안정·수익기 土(토) CEO 필요 4) 재구조화기 金(금) CEO 필요 5) 쇠퇴·전환기 水(수) CEO 필요. 그러나 사람에게 오장육부가 있듯이 개개인에게도 여러 가지 요소가 다 들어있을 수 있다. 단지 한 기능이 더 발달한 것에 불가하다. 어찌하였든 이번 시도는 아이디어와 AI의 협력이 가져오는 실험적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부제인 <창의적 혁신을 위한 전략서 읽기>에 맞게 [B E 2. 0]에 나오는 창의성을 촉진하는 8가지 관리 기법을 위의 다양한 CEO의 전략 성향 모델에 첨가하면 그 기업은 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한 8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고 격려하라. 2. 기죽이지 마라. 3. 부끄러워하는 직원이 있으면 도와라. 4. 호기심을 자극하라. 5. 필요성을 창출하라. 6. 잠시 경쟁에서 벗어날 시간을 허용하라. 7.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도록 촉진하라. 8.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책의 결론부인 9장에 <전술적인 탁월함,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제목으로 리더들에게 조언한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말은 프랑스 작가 구스타프 플로베르가 처음 사용한 것을 바우하우스(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원이라고도 함)의 교장으로 있다가, 미국으로 이민 간 독일 출신의 미국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가 자주 사용한 말이다.

이번 에세이는 예상하지 못하게 CEO의 리더십과 창의력을 위한 조직 내 분위기 활성화로 마치게 되었다. [B E 2. 0]의 9장의 전반부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마치기로 하자.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선명한 목표(모든 직원과 조직이 공유하는 비전, 승리), 팀을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능력(리더십 유형), 공격적인 계획(전략), 앞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해법(혁신)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요건이 있다. 바로 실제로 정상에 오르는 실천이다. 밧줄에 매듭을 묶는 사소한 것들을 실행하지 않거나 손과 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암벽에 추락해 죽을 수도 있다. 이와 똑같은 일들이 기업에도 일어난다."

저자들은 헤밍웨이가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쪽을 서른아홉 번이나 고쳐 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단어를 제대로 쓰려고"라고 무심하게 말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비전과 전략을 실제 전술 단계에서 실행하는 것, 즉 '매듭을 올바로 묶는 일'이나 '단어를 제대로 쓰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발상은 위대한 기업을 일구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가장에게도, 팀장에게도, 심지어 수상이나 대통령에게도 중요하다. 워렌 버빗은 자신의 마지막 주주 서한(farewell letter)에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고 한다. "당신의 부고 기사에 무엇이라고 쓰이기를 바라는지 결정하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사십시오.(Decide what you would like your obituary to say and live the life to deser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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