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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8

AI 산업에서의 경쟁전략과 고대 병법

by 박종규

마이클 포터에 의하면 신생 산업(emerging industries)이란 새롭게 형성되거나 재형성된 산업을 지칭한다. 이런 산업이 창출되는 원인을 예를 병행하여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일단 새로운 제품(아이폰) 또는 서비스의 사업성(이동통신사업)을 보장해 주는 기술 혁신(유/무선 통신망의 구축), 상대적 원가에서의 변화(아이폰 16 프로의 경우 부품 원가는 약 550달러이며, 이를 미국에서 만드면 공급가격이 세배로 증가), 새로운 수요자의 욕구(AI 기능의 보강), 그리고 그 밖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포터는 신생 산업의 경우 전략 수립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롭게 등장한 산업이기에 게임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금 AI 어플의 경우 사용자의 모든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일반적인 어플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중국 고대의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처럼 AI 애플리케이션 시장 역시 춘추 오패와 전국 칠웅과 같은 기업과 애플리케이션은 있으나 절대적 패자(진제국)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OpenAI의 ChatGPT, Google의 Gemini, Anthropic의 Claude, Microsoft의 Copilot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 및 앱들이 경쟁 중이며, 범용 AI 모델 외에 이미지 생성, 번역, 작사 및 작곡 지원, 금융 자문, 법률 자문, 최신 의료 정보 제공 등 특정 작업에 특화된 AI 앱들이 등장하여 사용자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우선 AI 생태계만을 위주로 포터의 분석을 적용하면 먼저 다른 신생 산업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공통된 구조적 특성이 드러난다. 1. 기술적 불확실성: 데이터 품질 및 편향,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성능 및 안전성 예측의 어려움 2. 전략적 불확실성: 기술 발전 속도와 방향 예측의 어려움, 성능 및 신뢰성 문제, 데이터 거버넌스 및 품질 문제, 전문 인력 부족, 조직 문화 및 제도적 지원 미흡 3. 초기의 높은 생산 원가와 대조되는 급격한 원가 절감: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개발 단계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며,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함, 고가의 하드웨어 의존성, 기술 최적화 및 효율성 증대와 오픈소스 및 상용 모델을 선택하는 멀티 LLM 전략을 채택하며 비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요구로 급격한 원가 절감이 발생함


포터는 신생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원료 및 부품 획들의 불가능성: 중국의 희토류 공급 규제와 희토류 원료의 한정성 2. 원료 가격의 폭등: 구리, 알루미늄, 반도체(GPU)와 같은 인프라 구축의 핵심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폭등할 위험성이 내재 3. 제품 또는 기술 표준화 결여:데이터 상호 운용성 부족, 파편화된 기술 스택, 구현 및 관리의 복잡성, 신뢰성 및 안전성 확보의 어려움 4. 진부화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구매자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어플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며 유료로 전환을 꺼려하거나, 가장 낮은 가격모델만을 주로 사용 5. 혼동을 느끼는 고객: 다양한 어플의 사용 방식, 다양한 기술을 가진 경쟁사들의 각기 대립되는 주장 6. 금융업계가 갖는 이미지와 신용도: 창의적 아이디어와 사용자의 확산으로 많은 창업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하더라도, 단기 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금융기관의 지원을 얻기는 어려움

이제 마지막으로 포터가 제안하는 신생 산업으로의 진입 타이밍 조건들을 알아보자. 1.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이 구매자에게 중요하며, 해당 기업에는 개척자가 됨으로써 명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오픈 AI사의 경우) 2. 학습 곡선이 중요하고 경험은 모방하기 쉽지 않으며, 기술 세대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여전히 유효한 산업의 경우 조기 진입으로 학습 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LG의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 Exaone 개발의 경우) 3.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그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최초로 판매하는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가전제품 세계시장 1,2위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미래 사물인터넷 시장, 특히 스마트홈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각각 '초연결 생태계'와 '사용자 맞춤형 공감지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움) 4. 원료 공급과 유통 경로의 조기 확보를 통해 절대적인 원가 절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대표적인 정책이며, 이를 통해 에너지와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의 유통 경로를 미리 마련하려 함)


이제 다시 고대 중국 병법을 현대 경영 전략으로 통합하는 작업들을 살펴보자. 우선 [육도 삼략]이나 [손자병법] 그리고 [오자병법]과 위진남북조시대의 송나라 명장 단도제가 쓴 것으로 알려진 [단공삽십육계] 즉 흔히 36계로 알려진 중국의 병법을 현대 기업 경영 전략에 적용한 일반적인 경영 서적이나 논문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36계의 각 계략을 AI 기업의 특수한 전략으로 연구한 논문이나 저서가 아직 여러 검색엔진으로써도 발견되지 않기에 다시 <고대 중국의 병법에 기인한 AI 기업의 경쟁 전략>이란 주제를 아직은 가장 세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ChatGPT에 명령어로 넣어보았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AI 기업의 경쟁 전략으로 본 삼십육계, 1-6계: 1. 승세를 만드는 ‘기(奇)’ 전략, 만천과해(瞒天過海)→ 기술의 세부를 숨기고 큰 방향만 공개하라. (OpenAI가 모델 구조를 비공개하는 방식) 2. 위위구조(圍魏救趙)→ 경쟁사가 강한 분야를 피하고, 약한 틈새시장부터 장악하라. 3.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인프라를 빌려 성장하라. (AWS·OpenAI API 사용 → 서버 비용 감소) 4. 이일대로(以逸待勞)→ 서두르지 말고 유리한 데이터 구조를 먼저 구축하라. 5. 창공점혈(趙門打開)→ 고객의 고통점을 정확히 찌르는 기능 하나로 시장 진입. 6. 미인계(美人計)→ 개발자·사용자 커뮤니티를 매료시키는 매력적인 UX.

7-12계: 약점 회피와 우회 전략 7. 공성계(攻城計)→ 정면 기술 경쟁 금지. 우회 시장으로 들어가라. 8. 무중생유(無中生有)→ 작은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가치를 증명하라. 9. 격안관화(隔岸觀火)→ 경쟁사 혼란(파산, 인력 이탈)을 보고 후속 전략 수립. 10. 소리장도(聲東擊西)→ 겉으로는 기능 A를 강조하고, 실제 승부는 기능 B에서 본다. 11. 이대도강(李代桃僵)→ 위험한 기능은 Open Source에 맡기고 핵심 기술만 자체 개발. 12. 순수구금(順手牽羊)→ 시장에서 버려진 고객군을 흡수해 선점. 13-18계: 정보전 & 심리전 13. 타초경사(打草驚蛇)→ 경쟁사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 기능만 공개. 14. 차시환혼(借屍還魂)→ 기존 기술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 창출. (예: 옛 명연설 데이터 → AI 연설 분석) 15. 조강부회(調兵布陣)→ 인력을 소수 정예로 재편해 속도를 높인다. 16. 금적금왕(金蝉脱殻)→ 필요 없는 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핵심만 남긴다. 17. 타문도장(打門道障)→ API 연결을 단순화해 전환 비용을 낮춘다. 18. 계기구환(擒賊擒王)→ 고객의 핵심 문제 1개만 해결해 시장을 장악.

19-24계: 시장 변화 대응 19. 부저충심(釜底抽薪)→ 경쟁사의 기반(데이터 공급자, 공급망)을 먼저 빼앗는다. 20. 혼수천훈(混水摸魚)→ 시장이 혼란할 때 빠르게 MVP 출시. 21. 금선탈각(金線脱壳)→ 큰 시장에서 작은 시장으로 빠르게 방향 전환. 22. 문정휴전(關門捉賊)→ 폐쇄형 커뮤니티로 충성 고객을 지킨다. 23. 원교근공(遠交近攻)→ 가까운 경쟁자에게 집중 공격.(유사 서비스가 가장 위험) 24. 가도망량(假道伐柒)→ 협업을 가장해 경쟁사의 정보 수집. 25-30계: 자원 극대화 25. 투량환주(投石問路)→ 작은 이벤트로 시장 반응 테스트. 26. 지상매괴(指桑罵槐)→ 문제의 원인을 경쟁사로 돌려 브랜드 신뢰 획득. 27. 견토구미(借屠狗鯉)→ 외부 프리랜서·오픈 소스에 비핵심 기능 위임. 28. 소리장전(順我者昌)→ 고객 데이터 피드백을 시스템 중심으로 삼는다. 29. 반간계(反間計)→ 경쟁사 내부 불안정 정보를 빠르게 이용.


30. 고육계(苦肉計)→ 기능 축소 등의 단기 손해로 장기 성장 확보. 31-36계: 대전환·퇴각 전략 31. 미래번화(美人計 변형)→ 회사의 핵심 인재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장치 설치. 32. 공전계(空城計)→ 자원이 부족할 때 오히려 공격적 발표로 시장 혼란. 33. 반상차계(反上詐計)→ 고객을 속이는 방향이 아니라, 예상 밖의 가치를 제공. 34. 고립무원(孤立無援)→ 외부 의존도가 높은 기술을 줄이기 위한 독자 모델 개발. 35. 계비환독(計杯還毒)→ 실패 기능을 리브랜딩해 다른 영역에서 재활용. 36. 도주계(走爲上策)→ 손실이 커질 때 빠르게 축소·전환·철수.

이것은 하나의 실험적 모형이론에 불가하다. 그러나 내용을 검토해 보면 AI의 분석력이 상당히 진보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분야에서도 AI와의 협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기본이 되는 서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AI를 통해 얻은 일종의 전략 모형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능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칼을 강도가 지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일급 요리사에게 칼은 최고의 식자재를 요리로 만드는 수단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AI란 도구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AI란 도구는 타인을 이롭게도 해롭게도 할 수 있다. <AI 스타트업을 위한 오자병법>이란 명령어에 어떻게 답했는지는 독자가 직접 해보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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