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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어 쓰는 첫 글

by 미온

스물한 살이 되던 해 군복무를 위해 군대에 입대했다. 원래는 보병으로 지원을 했지만 자대배치를 받고 운이 좋게도 운전병으로 차출되었다. 덕분에 매일 위병소 밖으로 나가서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고 밖에서 혼자 대기하는 시간도 많아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했다. 군대에 있으면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기에. 게다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생활관 서랍장에 꽂혀있던 작은 책 하나를 들고 운행을 나갔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시간가량을 몰입해서 읽었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책을 골라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독서가 생각보다 재밌게 느껴졌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져 더 흥미를 느꼈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로 운행을 나갈 때마다 손에 책 한 권은 꼭 쥐고 나갔다. 장르는 대부분 자기 계발서였다. 책을 읽고 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게다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을 때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자기 계발서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렇게 독서는 취미가 되어 군생활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읽었고 그러나 문득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도 자신만의 빛을 찾고, 변화의 시작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벅차오를 것 같았다.


그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예전의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할 세도 없이 매일 쳇바퀴 돌 듯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군 전역과 동시에 학교에 복학하였고 취업 준비로 인해 독서를 등한시하다 보니 작가라는 꿈도 잊어버렸다.


그렇게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살다 보니 어쩌면 그 꿈은 내가 진정으로 원한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가 이제 와서 중요하진 않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가능하다면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라고 물으면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좋아서다. 무엇인가 벌이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고, 지속하는 끈기도 부족한 내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이어온 한 가지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글쓰기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지만 다이어리나 일기 형태로 내 기분이 좋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 이벤트가 있어 기록하고 싶은 날이나, 하루 루틴 등과 같은 것들을 몇 십 년 동안 기록해 왔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는 능력이 좋은 건 아니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 없기에 실력은 초보자 수준에 가깝다. 게다가 MBTI 유형 두 번째와 세 번째 자리가 ST라서 상상력이 부족하며 현실적이고 공감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란 자고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이 있는데 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지 않아서인지 공감도 잘하지 못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도전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도 유일하게 좋아하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같이 생각도 공유하며 나에게로 좁혀져 있는 시각을 주위로 넓혀보고 싶다. 이제 난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