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에이션이 막힐 때 PO가 먼저 해야 할 일

by OHS

PO

구루님, 막상 뭔가를 만들려고 하니까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요. 뭘 개선해야 할지 늘 막막해요. 다들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은데… 저는 왜 이렇게 어렵죠?

구루

그게 당연히 어려워. 대부분의 PO가 처음 마주하는 벽이 바로 이 ‘아이디에이션’ 단계야. 그런데 중요한 건, 좋은 아이디어는 결국 ‘문제 정의’에서 나온다는 사실이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디어는 금세 흩어지고 말아.

PO

그럼 아이디어보다 문제를 먼저 찾아야 하는 거네요?

구루

맞아. 그래서 우리가 훈련해야 할 첫 번째 능력은 ‘문제를 정의하는 힘’이야. 그걸 도와줄 네 가지 방법론을 소개할게. 하나씩 차근히 살펴보자.


1️⃣ 퍼널 분석 (Funnel Analysis)

PO

이건 전에 그로스 해킹 이야기할 때 나온 분석 방법이죠?

구루

맞아.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어디서 이탈하고 있는지 보는 방법이지. 예를 들어 회원가입, 장바구니 담기, 결제 완료로 이어지는 퍼널에서 특정 단계에서 이탈률이 높다면, 거기가 바로 문제야.

PO

숫자만 봐도 문제를 추론할 수 있는 거네요.

구루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는 문제의 ‘표면적인 현상’만 보여줄 뿐, 그 이면에 숨은 본질적인 원인은 말해주지 않아. 퍼널 분석은 문제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에 불과해. 하지만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가설을 세우고 탐구해봐야 알 수 있어.

PO

그럼 퍼널에서 발견한 문제를 실제 문제로 확신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하나요?

구루

그래서 반드시 ‘가설’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해. 예를 들어 "결제 단계에서 이탈률이 높다"는 건 현상이고, "결제 UI가 복잡해서 유저가 포기했다"는 건 가설이지. 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문제에 가까워질 수 있어.

PO

그렇군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원인을 의심하고 실험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구루

맞아. 그리고 문제를 탐색할 땐 단순히 정량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분석 방법들과 결합해야 더 강력한 인사이트가 생겨. 그래서 우리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장애물 분석, 욕구 분석, JTBD 같은 접근이 의미가 있는 거야.

PO

그런데 퍼널 분석을 하다 보면, 유저가 꼭 정해진 한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더라고요. 어떤 유저는 장바구니도 안 담고 바로 결제하고, 어떤 유저는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요. 이런 다양한 유저 저니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구루

좋은 질문이야. 실제로 유저는 아주 다양한 경로로 최종 퍼널에 도달하지. 이럴 땐 여러 유저 여정을 도식화해서 시각적으로 비교해보는 게 좋아. 가장 많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면, 거기서 ‘핵심 퍼널(core funnel)’이 뚜렷하게 보여.

PO

그러면 그 핵심 퍼널을 중심으로 개선을 시작하면 되는 거네요?

구루

맞아. 핵심 퍼널은 가장 안정적이고 전환율이 높은 흐름이기 때문에, 거기부터 최적화하면 효과가 커. 그리고 다른 흐름은 왜 거길 벗어나는지 따로 분석해보면, 추가적인 문제나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어.


2️⃣ 장애물 분석 (Obstacle Analysis)

PO

이건 퍼널 분석과는 좀 다른 접근인가요?

구루

응. 이건 유저가 어떤 행동을 못 하게 막는 심리적, 환경적 장애물이 뭔지 파악하는 방법이야. 예를 들어, "이 기능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설명이 어려워서 그냥 껐어요" 같은 것들.

PO

그럼 유저 인터뷰나 간단한 설문으로 그런 장애물을 찾아낼 수 있겠네요?

구루

그렇지. 이건 정성적인 접근이 더 유용해. 특히 디자이너나 UX 리서처와 협업하면 이런 부분을 훨씬 깊이 관찰할 수 있어. 사용자 여정을 맵핑하면서 어디서 멈추는지를 함께 살펴보자.

PO

근데 UX 리서치라는 게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잖아요. 항상 그렇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구루

맞는 말이야. UX 리서치 자체가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퍼널 분석이나 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작게 실험해보는 방식이 더 실용적이야. 예를 들어 버튼 색을 바꾸거나, 문구를 더 간단하게 바꿔보는 작은 실험을 통해 어떤 장애물이 실제로 작용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어.

PO

아, 그러니까 처음엔 가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탐색하고, 정말 중요한 문제 같을 때 리서치를 깊이 들어가면 되겠네요?

구루

바로 그거야. 장애물 분석은 정성적인 방법만의 영역이 아니고, 정량 데이터와 실험 설계로도 충분히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어. 중요한 건 유저가 왜 그 지점에서 멈추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자세야.


3️⃣ 욕구 분석 (Needs Exploration)

PO

욕구 분석은 어떤 방식인가요?

구루

이건 조금 더 상위 단계야. 지금 유저가 겪고 있는 문제 말고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유저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한 잠재된 욕구나 갈증을 들여다보는 접근이야.

PO

그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죠? 유저도 모를 수 있잖아요.

구루

그래서 깊이 있는 인터뷰가 중요해. 그냥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가 아니라,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왜 그렇게 행동했나요?" 같은 질문으로 맥락을 알아내야 해. 이건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에스노그라피나(사용자 삶의 현장을 관찰하는 방식) 컨텍스트 리서치(사용자가 실제로 행동하는 맥락을 분석하는 방식)가 큰 도움이 돼.

PO

이제 보니, 데이터만 쳐다볼 게 아니라 사람을 직접 만나야겠네요.

구루

정확해. 그리고 이 단계는 특히 퍼널과 장애물 분석을 통해 주요 지점이 정리된 이후, 더 깊이 있는 문제를 탐색하거나 방향성을 넓힐 때 유리해. 즉, 문제의 '표면'이 아니라 '근본 동기'를 파고들고 싶을 때 활용하면 강력하지.

PO

그럼 디자이너와 UX 리서처의 도움이 필요하겠네요?

구루

부분적으로는 그래. 그런데 욕구 분석은 특히 영업팀이나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조직과의 협업이 중요해. 이들은 유저의 말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어서, 문제의 힌트를 더 빠르고 생생하게 캐치할 수 있어. 정성조사를 기획할 때 이들과 긴밀히 호흡하면 훨씬 유리하지.


4️⃣ JTBD (Job To Be Done) 프레임워크

PO

그런데 구루님, 방금 말한 욕구 분석은 조금 감각적인 것 같아요. 더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구루

좋은 질문이야. JTBD는 그런 욕구를 구조적으로 정리해주는 프레임워크야. Job To Be Done, 말 그대로 ‘유저가 이 제품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과업’을 정의하는 방법이지.

PO

‘과업’이라고요?

구루

맞아. 예를 들어, 유저는 맥주를 사는 게 목적이 아니야. ‘오늘 하루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고 싶다’가 진짜 목적일 수 있지. JTBD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행동 이면의 진짜 목적(job)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거야.

PO

그럼 그냥 인터뷰나 설문으로 그 목적을 물어보면 되는 걸까요?

구루

그보다는 조금 더 구조화된 방식이 있어. 대표적으로 유저가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그 ‘일’을 해결하고 있었는지, 그 방식의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이 어떻게 그 일을 더 잘하게 해주는지를 연결해서 파악하는 거야.

PO

그렇게 정리하면 어떤 도움이 되나요?

구루

JTBD를 활용하면 유저의 진짜 니즈를 중심으로 제품 기능이나 메시지를 재설계할 수 있어. 기능 하나하나가 어떤 Job을 수행하게 도와주는지를 고민하면, 아이디어가 훨씬 명확하고 날카로워지지.

PO

그럼 이것도 영업팀이나 고객접점 조직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네요?

구루

맞아. JTBD는 실제 맥락 속에서 유저가 어떤 일을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듣는 게 중요해. 그리고 PO가 그걸 구조적으로 정리해 팀에 공유하면, 제품의 방향이 훨씬 명확해질 거야.

PO

이렇게 보니까 아이디에이션이 단순히 아이디어 떠올리기가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게 이해돼요.

구루

맞아. 아이디어는 문제에서 나오고, 문제는 관찰과 탐구에서 나와. 그리고 그걸 잘하려면 혼자 끙끙대기보단,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리서처, 영업 담당자와 함께 팀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게 훨씬 좋아. PO는 언제나 문제의 조각을 가장 먼저 찾아내는 탐험가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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