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츠 스케일링

by OHS

PO

구루님, 요즘 우리 회사가 완전히 전략을 바꿨어요.

"이제는 수익보다 성장이다" 하면서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고, 서비스 출시는 무조건 경쟁사보다 빠르게 하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불안해요. 이게 진짜 맞는 전략인지, 혹시 우리가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구루

음, 그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전략의 패러다임이 바뀐 거야.

지금 너희 회사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을 하고 있는 거야.

PO

블리츠... 스케일링이요?

구루

그래.

블리츠스케일링은 속도를 효율보다 우선시하는 전략이야.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경쟁보다 먼저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이지.

PO

그럼 무조건 빨리 가면 되는 건가요?

구루

그렇게 단순하진 않아. 블리츠스케일링은 특정 조건에서만 효과를 발휘해.

그걸 모르고 따라 하면, 진짜 그냥 돈만 쓰고 망해.

PO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기업들이 있나요?

구루

많지. 예를 들면,

PayPal은 유저 확보를 위해 친구 초대 시마다 돈을 줬어.

Airbnb, Uber는 규제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먼저 서비스를 확산시켰지.

Amazon은 오랫동안 이익을 포기하고 인프라를 깔았고,

Facebook은 수익보다 먼저 유저 숫자를 확보했어.

이런 기업들은 하나같이 초기에 손실을 감수하고, 규모의 경제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장기적 수익을 확보했지.

PO

그럼 모든 스타트업이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요?

구루

그건 아니야. 블리츠스케일링이 통하는 조건이 있어.

승자독식 구조 : 한두 개의 플레이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환경
예) SNS, 검색엔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시장 크기와 확장성 : 초기 니치에서 출발하더라도 빠르게 글로벌 확장 가능한 모델

네트워크 효과 또는 규모의 경제 :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지는 구조

강력한 자금 조달 능력 : 빠른 성장에는 자본이 반드시 필요하거든

PO

굉장히 조건이 까다롭네요. 실행도 어렵겠어요.

구루

그래서 이 전략은 모든 기업에 권할 수는 없어.

하지만, 특정한 환경에서는 “성공의 유일한 길”이 되기도 하지.

PO

구루님, 그럼 실제로 블리츠스케일링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기업도 있나요?

구루

물론이지. 대표적인 사례로 WeWork를 이야기해볼 수 있어. WeWork는 공유 오피스 모델로 빠르게 성장했어. 소프트뱅크의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주요 도시에 공격적으로 진출했지. 하지만 실상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수익성이 떨어졌고 확장 속도에 비해 운영 효율성과 내실이 부족했어. “기술 기업”처럼 포장하려 했지만, 본질은 부동산 임대업이었지. 그 결과: 기업 가치가 470억 달러 → 80억 달러로 급락 IPO 무산, 창업자 퇴출, 구조조정... 결국 2023년 파산 신청

PO

너무 빠르게 키운 게 독이 된 거네요…

구루

맞아. 블리츠스케일링은 좋은 전략을 더 빨리 실행하는 도구일 뿐이야. 전략이 틀렸다면, 빨리 망하게 만드는 독약이 될 수도 있어.

또 다른 실패 사례로는 클럽하우스(Clubhouse)가 있어

팬데믹 초기에 오디오 기반 소셜 앱으로 급부상했지만,

인프라, 커뮤니티 관리, 사용자 경험 설계가 준비되지 않은 채 수백만 유저가 몰려들었어.

경쟁 서비스가 등장하자 금세 사용자가 이탈했고, 급성장한 만큼 급추락했지.

구루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갖춰져 있었느냐야.

PO

이런 실패를 보니까,

속도만 보면 안 되고 정말 방향과 내실이 중요하다는 게 실감 나요.

구루

그게 바로 PO의 역할이지.

회사가 블리츠스케일링을 선택하든 말든, PO는 내부의 리스크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필요하면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 역할도 해야 해. 속도를 내는 것도 용기지만, 속도를 줄이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용기야.

PO

그런데요 구루님, 블리츠스케일링은 보통 스타트업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미 수조원대 기업도 이 전략을 쓸 수 있을까요?

구루

가능은 해. 다만 ‘전체 조직’이 아니라, ‘일부 조직’만이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게 돼.

그게 바로 성숙한 기업이 블리츠스케일링을 적용하는 방식이지.

PO

왜 전체 조직은 어렵죠?

구루

조직이 커질수록 다음과 같은 제약이 생기거든:

기존 수익 구조를 방어하려는 보수성

리스크를 싫어하는 의사결정 문화

규제나 사회적 책임의 부담

조직 내 복잡한 커뮤니케이션과 이해관계

즉,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건 점점 어려워져.

PO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구루

있지. 예를 들어:

독립적인 신사업 조직을 따로 운영하거나,

사내벤처처럼 작게 시작해서 성공 가능성을 보고 키운다거나,

글로벌 시장 진출처럼 새로운 판을 여는 시도는 여전히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따를 수 있어.

PO

Meta의 메타버스, Amazon의 AWS 같은 케이스네요.

구루

맞아. 그들은 기존 비즈니스와 독립된 공간에서 실험했지.

실패해도 본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성공하면 다음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한 거야.

PO

PO 입장에서는 이런 전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구루

PO로서 네가 해야 할 일은 아래와 같아.

전사 전략과 신사업 아이디어의 정렬 : 실험이 납득될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야 해.

기존 자산을 신사업에 연결하는 설계 : 사용자 기반, 브랜드, 채널 등 강점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지.

실험 공간의 설계 :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고, 성과를 보고 빠르게 확장하거나 접는 구조를 짜야 해.

PO

결국, 큰 기업도 블리츠스케일링의 정신은 유지할 수 있군요.

다만 방식만 다를 뿐이고요.

구루

바로 그거야.

속도와 불확실성에 대한 감수 의지 — 이것이 블리츠스케일링의 핵심 정신이야.

조직이 커졌다고 그 정신까지 잃을 필요는 없어.

다만, 그걸 실행할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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