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네 내가.
엄마가 가시고 난 뒤에 어느 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발뒤꿈치로 바닥을 벅벅 긁으며 마구마구 울어댔다.
남편과 두 딸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고 같이 울어 주었다.
엉, 엉, 엉.
그 뒤로 내겐 친정이 없다.
주말에 두 딸이 집에 왔다.
땅콩 같이 사는 애들.
근처에 살면서 장도 같이 보고, 콘서트도 같이 가고, 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최근에는 하는 일까지 맞춰져서 내가 더 신난다.
재미있는 일이라며 환하게 웃으며 말해주는 두 딸이 우리에게 왔다.
애들이 집에 온 순간부터 애들은 어려지고 우리는 젊어지고.
버무리고 있는 열무김치 앞으로 와서 아기 새처럼 입을 쪽쪽 벌리며 아! 아! 한다. 애들 머리 위로 불쑥 올라오는 남편의 입이 제일 크게 벌어진다.
우 왕!! 이 맛이지. 간이 딱 맞아.
반찬 하나 만들 때마다 셋이 쪼르르 달려드는 주말.
고맙고 행복한 주말이었다.
애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가 큰 소쿠리 한가득 담겨있다.
친정 나들이.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나들이.
엄마는 생전에 내게 " 고맙다. 넌 효녀야. 내가 살고 싶었던 대로 살아서."
그 말씀을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도 두 딸에게 꼭 그렇게 말해 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