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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발 뒤꿈치를 갈아내다.

by 날개

샌들을 신고 싶다.

어느 때부턴지 발뒤꿈치가 딱딱해졌다.
겨울이라면 그럴 법했는데 몸의 습기가 모자라는지 아니면 병이 생긴 것인지, 작년에는 여름에도 유난스레 두꺼웠다.
특히 싫었던 것은 이불에 긁히는 드득 거리는 작은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던 점이다. 옆에 자는 남편의 귀에까지 들릴까 봐 더 신경이 쓰였다.
바셀린을 듬뿍 바르고도 그때뿐이고 두께는 그대로였다.
언젠가 각질에 라미실 연고를 바르라 했던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무좀 치료제이니 흘려 들었는데, 마침 각질 때문에 남편이 바르고 둔 것을 발라 봤다.
첫날은 그저 그랬고, 일주일쯤 바르자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두께의 변화는 없는 듯싶어서 돌돌돌 뒤꿈치 갈아내는 것으로 먼저 갈고 연고를 먼저 바르고 바셀린을 듬뿍 바르고 양말을 신었다.
우와 아!!
일주일쯤 지나고 더는 발뒤꿈치가 두꺼워지지 않았다. 더해서 보드라워진 것이다.

이제 샌들만 사면 되겠네.

ㅇ팡을 뒤져 찾아낸 것은 샌들이 아닌 조리슬리퍼였다.
햇볕에 내놓고 맘껏 숨 쉬게 하고 싶었다.
가장 숨기고 싶었던 두껍던 내 발꿈치를.
나를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해 본 것이 책 읽기 다음이다.
이제 발뒤꿈치도 보드라워졌으니 이제 염색에서 탈출하는 것이 다음 숙제인데.
일단 쇼트커트로 몽땅 잘라내고 남은 색의 머리카락을 2주에 한 번씩 정리하면 되는데.
할 수 있으려나. 머리카락이 어쩜 이렇게 하얄 수가 있을까.
머리카락이 아니고 강아지 털이 나는 건 아니겠지.
남편이 뒤에서 킬킬 웃는다.

하얘도 내 마누라가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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