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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그림을 그리다가.

by 날개



아직은 밝지 않은 거실의 온도는 29도다.
거실 문 닫고 커피물 올리고 에어컨을 켜고 돌아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산을 넘어오느라 빨개진 얼굴이 발그레 변하더니 연보라 빛이 시퍼러둥둥 질린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라나.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은 오롯이 나의 그림일 뿐이다.
스케치도 없이 그리는 새벽은 어느 날은 수채화였다가, 또 덧칠하며 유화가 되기도 하고, 너무 가라앉는 날은 뭉툭한 목탄화로 그려지고.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 날은 크로키로 요약되기도 한다.
문득.
눈에 들어온 들판이 주는 바탕색에 한 점의 물감 같은 왜가리 한 마리가 오늘은 파스텔 같은 하루를 문지르라 한다.

그랬다.

용접 바가지로 흐르는 땀을 받아내며 하루를 용케 견뎌냈다.
얼음물 한 잔에 덤벙 젖은 몸을 식히는 오늘의 그림은 수채화 한 점을 물에 빠뜨린 것처럼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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