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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경주, 수학여행으로.

by 날개


여전히 비는 내리고 뾰족한 빌딩 숲을 벗어나서 건물들이 나지막한 경주에 도착했다.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것처럼 조용한 펜션에 들었다.
일기예보에 따르자면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2박 3일을 예약하고 짐을 풀었다.
경주에서는 수학여행 모드로 가자.
준비해 갔던 밑반찬 깔아 놓고 일단 술잔부터 채웠다.
첫 잔이 주는 투명한 전율.
여행은 이런 것이지. 짠!!
철벅철벅 밤비가 까만 유리창을 두드린다.
수학여행 때 제일 먼저 생각 나는 곳은 누가 뭐래도 첨성대지.
찌찌뽕!
APEC 개최로 아직 단장 중인 곳이 더러 있어서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어쩌겠어.
차와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여행에서 빼놓지 않은 시장 구경을 하게 되었다.
어젯밤에 남편은 읽던 책을 다 읽고 내가 가져간 에세이도 거의 읽어 가는 것이 생각나서 서점에 들르자고 했다.
검색을 하던 남편의 눈이 동그래졌다.
" 웬 서점이 마흔 개가 넘네. 이 작은 도시에.
아무리 작은 서점이라지만."
" 고뤠?. 가까운데부터 가보자."
" 방금 우리가 지나친 다음 블럭에도 서점이 있어."
정말 작았다. 꼭꼭 채워진 서점은 명절 연휴 휴점이란다.
유리문 안으로 들여다보면서 많이 아쉬웠다. 하물며 시장통에?.
경주에서 처음 만나는 책방에서 꼭 책을 사고 싶었는데.......
다음에 찾은 곳은 북 카페였다.
주로 일인 출판사의 책들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냥, 경주가 좋아서'라는 여행에세이와 '전시된 마음'이라는 책을 사고, 커피 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서점 찾기에 몰입했다.
숙소 가는 길에도 두 개가 있어서 들러 보기로 하고 커피잔을 드니 커피가 식었다.
뜨겁거나 식었거나 커피의 향이 좋다.
척척했던 도시가 갑자기 상쾌해진 것은 작은 서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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