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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명절 여행을 태백에서 멈췄다.

by 날개

추적이는 비를 우산으로 받으면서 낙동강의
발원지 보고 아침을 먹자면서 숙소를 나섰다.
시내 중심에 있는 황지 연못을 돌아보는데 노인 몇이 이른 시간임에도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다.
내리는 빗물 속에서 흐르는 물을 찍는 건가?
지난 6박 7일을 비와 함께 여행했지만 단 한 번도 젖지 않은 나와 같은 마음이려니.
물이 만든 구문소를 지나 철암으로 가는 길에서 '비가 와야 폭포'라는 곳을 찾았다.
광부들의 마을 한편에 '비가 와서 폭포'가 된 물줄기를 만났다.
여행을 하다 보면 천지가 숲이고 꽃밭임에도 낡은 대문 옆에는 화분이라기에는 빈약한 통들에 담긴 꽃들을 만난다. 백일홍, 국화, 맨드라미, 분꽃 심지어 코스모스까지. 곱다. 젖어 있어 더 곱다.
철암역은 몇 차례 들른 적이 있어서 익숙했지만 한강 작가의 검은 사슴을 읽고 찾은 철암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전시된 마음( 이택민), 아마도 이 책의 영향도 욕심을 부추겼으리라.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닌 가려진 모습을 찾아서, 보지 못한 것이 아닌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곳들을 들추어 보았다.
멈춘 탄광에서 아직도 검은 탄 물이 숨어 흐르고 있다.
단풍 군락지가 근처에 있다며 들려보자는 그를 따라 야트막한 군락지를 걸었다. 물들지 않은 단풍이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앞서 가는 그의 발을 보며 고맙다는 말이 툭! 튀어나와서 마주 보며 씩 웃어본다.
2주 후쯤이면 빨간 단풍이 덮을 터널을 딸들에게 추천해야겠다면서 이번에는 우리가 숙제를 내주는 건가 한다.
그랬다.
주왕산과 함백산이 좋다고 했던 딸에게 방학 숙제처럼 인증 사진을 보냈더니 ' 참 잘하셨어요. 좋지요.' 라며 숙제 검사를 해 준다.
명절이 연휴 가운데에 있어서 가족 모두에게 여행을 권한 그는 나보다 더 보송보송하게 웃는다.
무턱대고 떠난 여행이 되었지만, 언제 어디서든 같이 할 수 있어서 힘들지 않았고 늘 한 발자국 앞에서 인도해 준 지난 시간에 무한 감사를 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석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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