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 (16)

문화, 사회, 역사

by Sungjin Park

전통 음식에 담긴 문화와 역사


사막의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에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향이 있습니다.


그 향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아랍의 부엌에서 천천히 끓어오르며 한 세대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건네는 다리처럼 흐릅니다.


전통 음식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한 끼가 아니라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과 사랑을 나누어 온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대추야자는 사막의 햇살을 고스란히 품은 작은 보석처럼 오래전부터 아랍에서 생명의 상징이 되어왔습니다.


한 알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은은한 단맛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공동체의 따뜻함을 닮았습니다.


성지순례자들이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이 대추 한 줌에 담긴 생명의 힘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고기와 향신료를 천천히 끓여 만든 ‘마르구크’와 선명한 색의 ‘사프란’ 향이 어우러진 ‘카브사’는 시간을 들여 만든 정성의 맛입니다.


사막의 삶은 빠르지 않았고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일도 늘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천천히 불을 고르고 재를 털어내며 끓이는 그 과정은 마음을 고요하게 정돈시켜 세상과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묵상의 시간과 비슷합니다.


민트차 한 잔에는 아랍 사람들의 환대가 담겨 있습니다.


첫 잔은 씁쓸함이 남고 두 번째 잔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며 세 번째 잔은 온전히 달콤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낯선 이에게 내어주는 차 한 잔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고 결국에는 믿음에 이르는 길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마음이 은유처럼 살아 있습니다.


아랍의 전통 음식은 한 나라와 민족이 살아낸 역사의 기록이며 동시에 우리가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본질을 조용히 일깨우는 속삭임 같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마음을 나누며 살라는 것.


사막의 바람 앞에서도 서로를 살피며 살아왔던 이 땅의 지혜가 오늘 우리의 식탁 위에서 다시 피어오릅니다.


아침의 첫빛처럼 따뜻하고 조용하게 아랍의 음식은 말하고 있습니다.


삶은 그 향을 음미하듯 천천히, 그리고 서로를 향해 따뜻하게 건너가는 것이라고요.


* 마르구크 (Marqooq) : 밀가루 반죽을 아주 얇게 늘여 만든 평평한 면을 고기와 채소, 향신료와 함께 오래 끓여 만든 전통 스튜입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국물 맛이 특징이며 사우디와 걸프 지역 가정식으로 널리 사랑받습니다.


* 사프란 (Saffron) : 붓꽃과 비슷한 ‘크로커스’ 꽃의 암술에서 얻는 귀한 향신료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은 양으로도 선명한 황금빛 색과 은은한 향을 내며 중동의 고급 요리와 디저트에 자주 사용됩니다.


* 카브사 (Kabsa) :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표하는 전통 쌀요리로, 닭이나 양고기를 향신료와 함께 익혀 쌀과 섞어 만드는 음식입니다. 사프란이나 계피, 카다멈 같은 향신료가 어우러져 독특한 향을 내며 손님을 맞이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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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Suchandra v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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