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 (216)

생활, 사람, 관계

by Sungjin Park

216. 중동 친구와 함께한 사막 탐험


사막을 혼자 건너는 일은 용기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건너는 일은 신뢰라는 것을

중동의 한 친구와 나란히 걸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해가 막 떠오르기 전, 그는 서두르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사막에서는 앞을 보는 것만큼,

옆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발자국을 남기는 속도를 맞추는 일, 그 작은 배려가 길을 오래 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모래언덕 앞에서 저는 길을 물었고, 그는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방향은 지도보다 바람과 빛에 있다고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표식보다 함께 쌓아온 경험을 믿는 태도,

그 침착함 속에서 사막은 위협이 아니라 대화의 상대가 되었습니다.


물이 줄어들자 그는 먼저 제 병을 확인했습니다.

자신의 몫은 나중이었습니다.


사막에서는 먼저 나누는 사람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말을,

설명 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말보다 앞서는 행동이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그 순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낮의 열기 속에서 우리는 그늘에 앉아 말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화가 없다고 해서 공백은 아니었습니다.


침묵은 서로를 재촉하지 않는 약속이었고,

숨을 고르게 하는 배려였습니다.


사막에서는 말이 줄어들수록 마음의 소리가 또렷해졌습니다.


해가 기울 무렵, 그는 사막이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모래 위에 새겨진 문장처럼 오래 남았습니다.


사막 탐험은 목적지에 닿는 일이 아니라,

신뢰의 거리를 좁혀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함께 걷고, 함께 멈추고, 함께 나누는 동안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삶의 사막을 건널 때에도, 속도를 맞추어 걸어 줄 친구가 있다면

길은 덜 거칠어질 것입니다.


중동의 사막에서 함께한 그 걸음은,

오늘의 제 삶에도 조용한 용기와 깊은 신뢰를 남겨 주고 있습니다.


사막여행1.jpg

사진: UnsplashZouhair Majzo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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