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의 변화가 만들어낸 반세기의 서사(제15화)

결혼, 사랑, 자율성: 관계의 새로운 윤리

by Sungjin Park

사우디 여성의 선택과 자율성 확립

관습과 현대 가치 사이의 관계 재정립

결혼과 사랑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윤리


한 세대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결혼과 연애, 가족관계는 사회적 규범과 종교적 관습에 깊이 얽혀 있었다. 여성의 결혼과 연애 선택은 가족과 공동체의 기대 속에 포함되어 있었고, 개인적 감정과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여성의 삶은 공동체가 설정한 틀 안에서 설계되는 것이 당연했다(Amnesty International, 2022).


그러나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면서 결혼과 사랑, 가족관계의 윤리와 관습에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사우디에서 체결된 결혼계약 건수는 약 15만 건으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이혼 건수도 같은 해 약 5만7천 건을 기록했다(Saudi General Authority for Statistics, 2020). 이는 결혼관계에 있어 여성의 선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여성의 경제적 자율성 확대가 관계 선택의 맥락을 바꾸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수준이 높아지면서 결혼이 유일한 사회적 안정 수단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예컨대 유엔여성자료허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청소년기 출산율이 인구 15~19세 여성 1,000명당 8.3명으로 과거보다 낮아졌으며(UN Women, 2024), 이 같은 변화는 여성이 더 늦게 결혼하거나 선택을 신중히 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현대 사우디 여성들은 결혼과 연애, 가족관계에서 개인적 선택과 자율성을 중시한다.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46%의 여성들이 첫 결혼을 20세 이전에 했지만(Al Arabiya, 2018.01.18), 20여 년 전에는 이보다 더 많은 비율의 여성이 그 나이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Saudi General Authority for Statistics, 2016).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 비해 결혼 연령이 점차 늦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정 연령 이상까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32세 이상 미혼 여성은 약 10.3%에 달하는데, 이는 결혼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개인적 선택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Saudi Gazette, 2023).


이 통계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젊은 여성들이 교육과 경제적 경험을 쌓은 뒤 결혼을 고려하고, 자신의 삶과 경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처럼 가족과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와 달리, 여성들은 이제 스스로 관계를 설계하고, 상호 존중과 평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혼과 연애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이런 변화는 개인적 권리의 확대를 넘어, 사회 전체의 관계 규범을 서서히 흔드는 힘이 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전통과 현대, 종교적 가치와 개인적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우디 여성들은 새로운 관계 윤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관계의 형태도 재해석되고 있다. 과거 가족이나 친족이 중심이 돼 주선하던 결혼이 점차 당사자의 의사, 상호 존중, 평등을 기반으로 한 관계로 바뀌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관계 규범과 가치관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LSE Blogs, 2025.02.27).


정책 변화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 제정된 「개인지위법(Personal Status Law)」은 결혼·이혼·자녀양육 등 가족관계 영역에서 여성의 법적 위치를 향상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완전한 자율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어서 남성 후견제(guardianship) 체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The Week, 2025.10.08).


그럼에도 도전은 여전하다. 여성은 후견인의 동의 문제, 전통적 가족제도의 압력, 사회적 기대라는 구조적 제약 아래 있다. 이 때문에 자율적 선택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즉 관계와 사랑에서의 새로운 윤리가 자리 잡는 과정이 결코 당연하거나 순탄한 것은 아니다(Amnesty International, 2022).

구체적 사례를 보면 변화의 스펙트럼이 더욱 분명해진다. 예컨대 도심 지역의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사회적 완성’이 아닌 ‘자기 실현’의 한 형태로 인식한다. 그들은 교육을 마치고 경력을 쌓은 뒤 결혼을 고려하며 파트너를 신중히 선택한다. 이러한 흐름은 결혼 자체가 삶의 목표였던 과거와 뚜렷이 대비된다. 또한 이혼의 증가율과 함께 ‘초고속 이혼’에 대한 통계도 눈에 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체 등록된 결혼의 약 12.6%가 이혼으로 이어졌으며 그중 약 65%가 결혼 첫 해 안에 이뤄졌다(Gulf News, 2025.07.12). 이 같은 현상은 결혼이 단순한 공식이 아닌 긴 여정임을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관습인 일부다처제(polygamy)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과거에 비해 젊은 세대에서 다처제에 대한 수요와 수용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찰도 존재한다(Reddit, 2022.12.14). 이 역시 결혼·가족 구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단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관계 생태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결혼·사랑·자율성의 변화는 전통과 현대, 종교적 가치와 개인적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사우디 여성은 이러한 새로운 관계 윤리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선택을 실현하며 동시에 사회적 관습과 제도를 현대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이 변화가 지속되고 제도적·문화적 기반이 더욱 강화된다면 관계의 새로운 윤리는 단순한 개인적 권리 확대를 넘어 사회문화적 전환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Amnesty International. (2022). Saudi Arabia codifies male guardianship and gender discrimination.


Saudi General Authority for Statistics. (2020). Marriage & Divorce Statistics 2020.

UN Women. (2024). Saudi Arabia – Country Fact Sheet.

Al Arabiya. (2018, January 18). It’s official – almost half of Saudi women marry at this age.

Saudi General Authority for Statistics (GaStat). (2016). Demographic research 2016: Marriage and family statistics.

Saudi Gazette. (2023). Most Saudi women marry in their early 20s.

LSE Blogs. (2025, February 27). Expanding women’s legal autonomy: New personal status law regulations in Saudi Arabia.

The Week. (2025, October 8). Saudi Arabia: the laws on what women can – and can’t – do in 2025.

Amnesty International. (2022). Saudi Arabia codifies male guardianship and gender discrimination.


Gulf News. (2025, July 12). Short‑lived marriages on the rise in Saudi Arabia as 65% of divorces occur within first year.

Reddit. (2022, December 14). Is polygamy still practiced in Saudi Ara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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