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di Business Law. 제6부 계약법과 상거래 실무
사우디에서 계약이 성립되는 방식은 서구 법체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사우디 비즈니스 로(Saudi Business Law)가 단순한 성문 계약법 체계가 아니라, 샤리아(Sharia)를 근간으로 한 법 질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우디 계약의 성립 요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계약을 바라보는 법적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서구 계약법에서는 계약이 성립되기 위해 보통 청약과 승낙(Offer and Acceptance), 대가(Consideration), 당사자의 합의 의사(Intent)가 명확히 존재해야 한다.
반면 사우디 계약법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존재한다. 그것은 계약이 정당한 목적(Lawful Purpose)을 가지고 있으며, 샤리아에 위배되지 않는가라는 점이다.
사우디에서 계약은 단순한 사적 약속이 아니라, 종교적·윤리적 질서 안에서 허용되는 행위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이자 수취가 전제된 금융 계약이나, 불확실성이 과도한 거래는 가라르(Gharar) 또는 리바(Riba) 문제로 인해 계약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이는 계약서가 아무리 정교하게 작성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허용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하나 중요한 성립 요건은 당사자의 자격(Legal Capacity)이다.
계약을 체결하는 개인이나 법인이 사우디 법상 계약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외국 기업의 경우, 해당 계약이 회사의 사업 목적과 라이선스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가 특히 중요하다. MISA 라이선스(MISA License)에 기재되지 않은 활동에 관한 계약은 분쟁 발생 시 보호받기 어렵다.
사우디 계약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은 서면 계약(Written Contract)의 역할이다. 서구 법체계에서는 서면 계약이 계약 성립의 핵심 증거로 작용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서면은 계약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단일 뿐, 계약 성립의 유일한 요건은 아니다. 구두 합의(Oral Agreement) 역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실제 거래 관행과 당사자의 행위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이 때문에 사우디 법원이나 분쟁 해결 과정에서는 계약서 문구 자체보다 거래의 실질(Substance of the Transaction)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과 실제 이행 방식이 현저히 다를 경우, 법원은 문서보다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계약서를 형식적 안전장치로만 인식하는 외국 기업에게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계약 성립 과정에서 선의(Good Faith)의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서구법에서 말하는 신의성실 원칙과 유사해 보이지만, 사우디에서는 종교적 윤리와 결합된 개념으로 이해된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정보 은폐, 과장된 설명, 상대방의 오해를 이용한 합의는 계약의 유효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사우디 계약의 성립 요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계약은 문서 이전에 관계와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합의라는 점이다. 계약서는 그 합의를 기록한 결과물이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출발점은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계약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분쟁에서 원하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사우디에서 계약이 성립된다는 것은 법률적 합의와 더불어, 종교적 허용성, 행정적 적합성, 그리고 거래 관행이라는 세 가지 층위를 동시에 통과했다는 의미다. 사우디 비즈니스 로(Saudi Business Law)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 복합적인 성립 구조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는 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