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아 율법: 제2부 말과 판단이 만나는 자리
사리아는 단순히 코란과 하디스에 기록된 조항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체계가 아니다.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문제와 상황이 등장하기 때문에, 기존 규정만으로는 모든 현실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끼야스(Qiyas), 즉 유추 추론의 원리다. 끼야스는 사리아가 시대와 사회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본질적 원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도구다.
쉽게 말하면, 끼야스는 기존 규정의 ‘이유’를 이해하고, 그 이유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코란에서는 알코올 음료 섭취를 금지한다. 이유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술이 개인의 판단력과 공동체 질서를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중독성 음료나 정신적 영향을 주는 물질이 등장했을 때, 끼야스 원리를 적용하면 이러한 제품의 허용 여부도 기존 규정의 취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즉, ‘왜 금지했는가’라는 원리를 이해하면, 단순한 법 조항을 넘어 새로운 상황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는 상거래에서 리바(이자)가 금지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돈을 더 받는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과 공동체 내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금융 환경이 훨씬 복잡해졌지만, 유추 추론을 활용하면, 새로운 형태의 대출이나 금융 상품이 리바 원칙과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무슬림 금융 기관에서는 이자 대신 공유 위험과 수익을 분배하는 무다라바나 무샤라카 구조를 적용하는데, 이는 과거 금지 원리의 ‘취지’를 현대 경제에 맞춰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끼야스의 또 다른 장점은 법적 일관성과 합리적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과거 사건과 새로운 사건 사이의 논리적 연결을 찾아 적용함으로써, 사리아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근본 원칙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농업 공동체에서 도축 방식이나 동물 보호 규정이 있었는데, 새로운 가축 종류나 도축 기술이 등장했을 때 학자들은 기존 규정의 취지와 인간 및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유사한 원칙을 적용했다. 이렇게 하면 법은 시대 변화에도 적용 가능성을 유지하며, 공동체 질서와 개인 권익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끼야스는 매우 유용하다.
중동 국가에서 디지털 경제가 발달하면서 전자상거래, 암호화폐, 온라인 금융 거래가 등장했을 때, 기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학자들은 기존 거래 규범의 취지와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칙을 해석하고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에서 사기나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상거래 규범의 목적을 적용해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통찰의 핵심은, 끼야스가 단순한 ‘법적 유연성’이나 예외 처리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끼야스는 사리아가 지향하는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 윤리적 판단, 사회적 조화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도구다. 법 규정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연결함으로써, 사리아는 고정된 규범이 아니라 상황과 시대에 맞게 살아 움직이는 법 체계로 존재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끼야스는 사리아가 ‘왜 금지하고 허용하는지’의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현실 문제와 연결하여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를 이해하면, 단순히 법 조항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중동 사회의 거래, 일상, 윤리적 판단을 더 깊이 이해하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도 사리아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