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과 비상 권한: 예외의 규칙화 문제 사

사리아 율법(심화): 제7부 저치 권력과 책임 윤리

by Sungjin Park

사리아에서 위기 상황은 평소에 적용되던 규칙이 모두 사라지거나 무시되는 특별한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전쟁이나 재난, 전염병과 같은 위기 속에서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법의 목적과 한계가, 위기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리아에서 위기는 법을 멈추는 이유가 아니라, 법이 공동체와 생명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시험하는 순간인 셈이다.


전쟁, 자연재해, 대규모 전염병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기존의 법 적용 방식이 현실과 충돌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력이 무제한으로 확대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사리아는 위기 속에서도 예외를 관리하는 원칙을 분명히 설정해 왔다.


이때 핵심이 되는 개념이 ‘다루라’(darūra, 필요·불가피성)이다. ‘다루라’는 생명과 공동체 존속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평상시에는 허용되지 않던 행위나 조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존을 위해 금지된 음식 섭취가 허용되는 사례는 ‘다루라’ 원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비유다. 중요한 점은 ‘다루라’가 새로운 권리를 창출하는 개념이 아니라, 위기를 넘기기 위한 최소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장치라는 점이다.


‘다루라’와 항상 함께 언급되는 원칙은 ‘알다루라투 투비흐 알마흐주라트’(al-ḍarūrāt tubīḥ al-maḥẓūrāt, 필요는 금지된 것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이다. 이 원칙은 비상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지만, 동시에 그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허용되는 예외는 오직 필요를 해소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며, 필요가 사라지면 즉시 정상 규범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예외가 상시화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다루라’가 아니라 ‘권력 남용’으로 전환된다.


사리아는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예외의 규칙화를 강하게 경계한다. 이를 설명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다르 알마파시드’(dar’ al-mafāsid, 해악의 방지)이다. 이는 특정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해악을 초래한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는 판단 기준이다. 비상 권한이 계속 연장되며 시민의 기본 권리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은,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공동체에 더 큰 해를 남길 수 있다.


전쟁 상황을 예로 들면, 사리아는 방어적 필요에 따른 군사 동원과 제한 조치를 인정하면서도, 무차별적 폭력이나 민간인 피해는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생명 보호가 최우선 가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재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제 대피나 이동 제한은 공동체 안전을 위한 조치로 허용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차별이나 부당한 희생이 발생한다면 문제로 간주된다.


팬데믹과 같은 현대적 위기에서도 이 논리는 유효하다. 이동 제한, 영업 중단, 백신 의무화와 같은 조치는 ‘다루라’ 원칙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 필요성과 비례성이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사리아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조치의 목적이 통제 그 자체가 아니라, 생명 보호와 공동체 회복에 있는지 여부다. 위기가 완화되었음에도 비상 권한이 유지된다면, 이는 더 이상 필요에 근거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


이 모든 판단의 종합 기준은 ‘마슬라하’(maṣlaḥa, 공동체의 공익)이다. 비상조치는 공동체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마슬라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기본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한다면 그 공익성은 약화된다. 따라서 사리아는 비상 상황에서도 권력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목적과 기간, 수단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점검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사리아에서 위기 상황은 법의 정지가 아니라, 법의 목적이 가장 명확하게 작동해야 하는 시기다. ‘다루라’와 예외 규칙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도구이지, 상시적 통치 수단이 아니다. 이 점에서 사리아의 비상 권한 논리는 현대 헌법 질서에서 논의되는 비상조치의 한계, 권력 분립, 사후 통제와도 깊은 접점을 가진다. 위기 속에서도 법과 윤리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이러한 사고는, 예외가 규칙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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