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1)

문화, 사회, 역사

by Sungjin Park

1. 사우디 전통 의복에서 읽는 삶의 지혜

사막의 천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켠에서 바람이 천천히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천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계절과 마음을 품은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옵니다.


사막의 태양 아래 길게 흐르는 로브를 보고 있으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일러주는 듯합니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길게 내려온 옷자락과 넉넉한 폭은 세상과 부딪히며 사는 것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사는 것이 더 지혜롭다는 말을 전하는 듯합니다.


억지로 버티지 않고 자신을 해치지 않으며 자연의 질서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 바로 그 아름다운 천 위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그 옷은 언제나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남겨둡니다.


조금의 틈이 있어야 숨이 돌고 여유가 생기듯 삶에도 그러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마음이 꽉 막혀 답답할 때 스스로를 너무 꽉 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바람처럼 드나들 수 있는 작은 여백을 두어야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사막의 천은 아무 말 없이 들려줍니다.


그리고 머리를 감싸는 사막 바람을 담은 흰 천과 햇빛과 바람을 품은 체크무늬 옷자락은 우리에게 겸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은 얼마나 배웠든 얼마나 높이 서 있든 결국 자연 앞에서는 작고 소박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낮추고 그저 한 인간으로 서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의 지혜가 들린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웁니다.


오늘 하루가 조금 벅차게 느껴진다면 사막의 천을 떠올려 보세요.


바람이 드나드는 여유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넉넉함, 그리고 마음을 낮추는 겸손은 우리 삶 속에서도 언제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막의 천이 속삭이듯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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