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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빵 Mar 20. 2024

신생아 육아. 개꿀이네?

육아 스타터의 오만

    산후조리원을 퇴소한 뒤, 아내와 나의 신생아 육아가 시작되었다. 거실의 소파를 치우고 지인에게 얻어온 매트를 깐다. 그 위에 쿠션과 이불, 그리고 각종 신생아 장난감과 모빌을 포지셔닝 한다. 한쪽에는 기저귀 등 소모품이 자리잡고 있다. 나에게 있어 육아라는 접점은 이제 출발선을 지났지만, 아내는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거쳐 약 3주간의 선경험이 있다. 아내에게 기저귀를 가는 법과 분유 타고 먹이는 법. 트림시키는 법, 아기 재우는 법 등 교육을 받고 아내는 이렇게 말을 했다.


    "이렇게 3시간 마다 한번씩 하면 돼"


    뭐야? 끝이야? 3시간 마다 기저귀 갈고 먹이고 재우면 되는거야? 개꿀이네? 신생아 육아라는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구나. 게다가 신생아는 하루중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한다. 이정도면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바깥에 나가 일을 하는 나를 배려한 아내는 육아를 전담하고, 나는 저녁에 집에 와서 한두번 경험을 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매일 아기 곁에서 잠을 자는 아내의 두 눈에는 하루 하루 피곤이 축적되었다. 안쓰러운 아내를 위해서 금요일 저녁에 내가 아기와 자겠다며 자처했다. 적어도 주말만은 아내에게 숙면을 주고 싶었다. 아내의 두눈이 피곤에서 기대로 바뀌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현명한 아내는 잊지않고 침실문도 닫았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기저귀 갈기도 해봤다. 분유도 잘 탄다. 트림도 시켜봤다. 중저음 보이스로 자장가도 잘 부른다. 딸이 포근하게 자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행복이 거실에 넘쳐 흘러서 베란다까지 넘어갈 정도다. 이런 마인드까지 장착하고 있는데, 신생아 육아는 개꿀이지.


    이런 멍텅구리.

    개꿀이라니.

    나의 무지에 의한 오만이고 착각이고 한계다.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3시간이라는 룰은 낮에도 밤에도 유효하다. 나는 이점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밤의 어둠속에서 수유등에 의지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니지. 나의 인식을 멀리 초월한 난이도였다.

    재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금방 잠이 들거든.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내가 혹시 구를까봐 멀찍이 떨어져서 나도 누웠다. 나의 뇌는 렘수면에 노크하는 중이었다.


    낑


    벌떡 일어나서 상태를 살피러 간다. 속이 안좋은가? 속싸개가 답답한가? 숨은 쉬고 있나? 코 근처에 귀를 갖다대고 쌕쌕 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안심한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눈을 감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빠르게 잠이 들었으나......


    쩝


    부리나케 일어나서 상황을 본다. 작은 입술이 오물 오물 움직이고 있다. 깼나? 아니지? 깬건 아니지? 그럼 나도 다시 자야지.


    끙, 아, 잉, 바스락, 사라락


    인간이란 잠을 잘 때 그렇게 많이 움직이는가. 나는 이렇게도 잠귀가 밝았나. 본래라면 이정도 소리에 내가 깰리가 없었다. 군대 이등병 시절에 바짝 긴장하며 잤을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아기는 자면서 움직이고, 소리를 내었다. 그 하나하나에 반응하다보니 수면시간이 현저하게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적은 수면시간으로 인하여 기저귀 하나 채우는 것도 실수하게 되었고 졸면서 분유를 먹이게 되었다. 그냥 무시하고 잘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아기가 너무 신경쓰여 도저히 편히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면 실패를 몇차례 경험한 뒤, 나는 그냥 잠을 안자기로 하고 넷플릭스로 스파이더맨을 봤다. 스파이더맨을 선택한 이유는 그나마 아무 생각없이 보는 블록버스터가 날 재우진 않을거다 생각해서다. 한편으로는 이 긴밤을 지샐 수가 없다. 괜찮아, 스파이더맨은 시리즈가 많다.

    마지막 미션. 아침 7시 분유를 마치고, 트림을 시키고 재우고 난 뒤, 나의 뇌속에는 한가지 생각만이 자리잡는다.


    '언제쯤 일어나실까?'


    아이 엄마를 기다리면서 꺼져가는 정신을 붙들고 있는다. 배터리의 마지막 한칸이 반짝반짝하면서 나는 절전모드로 옮겨간다. 창밖에 해가 비친다. 그보다 더 밝은 후광의 아내가 침실문을 열고 나온다. 드디어.

    이봐, 아직 아니야. 아빠의 시간이 끝나고 남편의 시간이 시작되는거야. 마지막 1%의 배터리를 가지고 아침 차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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