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M5, 닛산 기술로 완성된 전설의 세단
요즘 30~40대라면 도로 위를 달리는 흰색 번호판의 세단을 보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맞아, 삼성이 자동차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지.” 단순한 외도라고 하기엔 그 결과물이 너무나 강력했거든요. 가전제품을 잘 만들던 삼성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시장의 시선은 반신반의였습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결과물은 ‘이름만 빌린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삼성의 자존심이 투영된 결정체였죠.
당시 삼성자동차는 독자 기술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삼성은 무리한 독자 개발 대신 ‘검증된 최고’를 가져오는 전략을 택했어요. 바로 일본 닛산(Nissan)의 플랫폼과 기술력을 전격 도입한 것입니다. 이는 신의 한 수였죠.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품질을 우선시했던 이 선택 덕분에, 삼성의 첫 작품은 탄생과 동시에 완성도 면에서 경쟁 모델들을 압도했습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모델이 바로 전설의 ‘1세대 SM5’예요.
SM5 1세대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마감과 주행 질감이 당시 국산차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죠. 실제로 당시 1세대 SM5를 경험해 본 운전자들은 “문 닫는 소리부터 묵직함이 달랐다”고 입을 모아요.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해도 흔들림 없이 노면에 밀착되는 안정감과 정숙성은 당시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SM5 1세대의 내구성은 전설적입니다. 엔진과 변속기의 내구성이 워낙 뛰어나 기본 정비만 제때 해주면 수십만 킬로미터를 달려도 끄떡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거든요. 오죽하면 가혹한 주행 환경에 놓인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량으로 꼽혔을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품질에 거의 집착 수준으로 매달렸던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초반에 품질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괴물 같은 내구성’을 만든 셈이죠.
삼성이 자동차에 그토록 진심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반도체와 가전을 잇는 ‘기술 집약적 제조업의 정점’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자동차를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이 있었던 것이죠. 비록 여러 경영 환경과 우여곡절 끝에 삼성자동차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1세대 SM5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도로 위에 남아 있어요.
화려한 옵션과 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난무하는 요즘, 가끔은 그 시절 SM5가 보여주었던 ‘기본기에 대한 집요함’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숫자로 증명되는 스펙보다 만드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던 차. 우리가 여전히 그 시절의 삼성을 기억하는 이유일 거예요. 여러분은 SM5 1세대에 대한 어떤 추억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