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설계도 역주행? 물리 버튼 부활하는 이유

2026년 유로 NCAP 규제, 터치스크린 과잉 시대

by CarCar로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실내는 ‘누가 더 큰 화면을 넣느냐’의 전쟁터였어요. 테슬라가 시작한 미니멀리즘은 전 세계 제조사로 퍼졌고, 공조기부터 비상등까지 모든 기능이 스크린 속으로 숨어들었죠. 하지만 2026년 현재, 도로는 다시 ‘딸깍’ 소리 나는 물리 버튼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이는 단순한 유행의 회귀가 아닌, 생존과 안전을 위한 강제된 선택입니다.



화면-대신-버튼-2026년-신차-1.jp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현대 그랜저 내부 사진 - 신재성 기자 촬영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인 유로 NCAP(Euro NCAP)이 2026년 1월부터 파격적인 새 규정을 시행했거든요.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으려면 반드시 주요 5가지 핵심 기능을 물리적 제어 장치로 구현해야 합니다. 필수 항목은 방향지시등, 비상점멸등, 와이퍼 제어, 경적, 그리고 SOS 긴급 호출 버튼이에요. 이 규제의 핵심은 운전자가 메뉴를 찾아 화면을 스와이프하거나 터치하는 동안 시선이 도로에서 떨어지는 ‘전방 주시 태만’을 기술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버튼은 최소 10mm x 10mm 이상의 크기를 확보해야 하고, 조작 시 확실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죠.


가장 먼저 반성문을 쓴 곳은 폭스바겐이에요.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안드레아스 민트(Andreas Mindt)는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터치로 바꿨던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2026년형 ID. 폴로와 티구안 등 최신 모델에는 스티어링 휠의 햅틱 버튼이 사라지고 다시 실제 버튼이 탑재되었어요. 화면 하단에는 온도 조절과 볼륨을 위한 고정식 물리 스위치 바가 배치되었고요. 현대차 역시 최신 팰리세이드와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터치식이었던 공조 장치를 다시 다이얼과 버튼 조합으로 되돌렸습니다. 사용자 경험(UX) 조사 결과, 주행 중 터치 오작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기술적 만족도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라고 해요.



화면-대신-버튼-2026년-신차-2.jpg 폭스바겐 ID.4

디지털 세대조차 자동차만큼은 아날로그 버튼을 선호하는 이유는 ‘근육 기억(Muscle Memory)’ 때문입니다. 물리 버튼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위치를 찾고 조작할 수 있죠. 반면 터치스크린은 평면적인 유리판이라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소프트웨어 렉(Lag)이나 시스템 멈춤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화면이 먹통이 되어 비상등을 켜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으니, 다시 버튼으로 돌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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