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신형 오프로더, 익숙한 디자인 뒤 숨은 진짜 성능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디자인 카피' 논란은 진부한 주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릅니다. 볼보와 로터스를 거느린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 지리(Geely)가 내놓은 신형 오프로더 '잔지안 700(Zhanjian 700)'이 그 주인공입니다. 단순히 한 모델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두 아이코닉 모델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하이브리드 카피'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죠.
잔지안 700을 정면에서 마주하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은 토요타 랜드크루저 250의 강인한 헤드램프와 그릴이 겹쳐 보입니다. 그런데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수직으로 딱 떨어지는 후면부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라인은 누가 봐도 랜드로버 디펜더의 실루엣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리가 독자적인 디자인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장 성공한 디자인들의 '후광 효과'를 단숨에 흡수하려는 고도의 상업적 계산"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지리가 단순히 겉모습만 베낀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이 차의 속살입니다. 디자인은 익숙한 것들을 빌려왔을지 몰라도, 그 아래 숨겨진 하드웨어는 결코 가볍지 않거든요. 잔지안 700은 전륜에 1개, 후륜에 2개의 전기 모터를 배치한 '트라이 모터(Tri-motor)'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이는 억 단위가 넘어가는 하이엔드 전기 오프로더들이나 채택하는 고사양 방식입니다. 정밀한 토크 벡터링으로 각 바퀴의 구동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험로 탈출 능력을 극대화했어요. 전동화 기술의 집약, 즉 지리그룹이 볼보와 폴스타를 통해 축적한 전기차 노하우가 이 '혼종 디자인' 안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서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지리자동차는 왜 굳이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자처했을까요? 사실 이는 신규 브랜드인 '잔지안'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익숙함으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막상 시승했을 때는 "성능은 기대 이상인데?"라는 반전 효과를 노리는 전략인 셈이죠. 디자인 정체성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기술력만큼은 '진짜'를 지향하고 있는 잔지안 700. 과연 이 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단순한 복제품으로 남을지, 아니면 가성비와 성능을 모두 잡은 새로운 오프로더의 대안이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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