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인식 하락, 배터리 사태와 중국 자본의 영향
삼각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때 수입차의 정점으로 통하던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소비자 인식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년 브랜드 이미지 변화 조사에 따르면, 벤츠의 긍정 이미지는 42%에서 20%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수입차 브랜드 중 긍정 이미지 1위였던 벤츠가 이제 5위까지 밀려난 상태라고 해요.
같은 기간 부정적으로 이미지가 변했다는 응답은 9%에서 29%로 3배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 수치가 뜻하는 바는 명확하죠. 벤츠를 바라보는 한국 소비자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추락의 결정적 계기는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였습니다. 벤츠 EQE 350+에서 시작된 불은 차량 100여 대를 태우고 수십 명의 주민을 대피하게 만들었는데요. 이후 해당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파라시스는 2021년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3만여 대 리콜된 이력이 있는 업체라고 해요.
벤츠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딜러사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판매지침을 배포했습니다. 2026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은폐한 벤츠에 과징금 112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어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약 3천 대, 판매 금액 2천81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억대 프리미엄 전기차에 리콜 이력이 있는 저가 배터리를 숨기고 판 셈이니,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죠.
배터리 사태에 기름을 부은 건 벤츠의 지분 구조입니다.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이 9.98%, 민영 자동차 대기업 지리홀딩그룹이 9.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요. 합산 약 20%에 달하는 중국 자본이 최대 주주군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죠. 경영권과 직결되는 비율은 아니지만, 소비자 사이에서 벤츠를 두고 '짱츠'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퍼진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자리합니다.
벤츠가 추락하는 동안 BMW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습니다. 긍정 이미지 변화 응답에서 37%를 기록하며 수입차 브랜드 1위에 올랐고, 부정 인식은 6%까지 낮아졌어요. 판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5년 BMW는 7만 7천127대를 팔아 3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켰습니다. 벤츠는 6만 8천467대로 약 8천660대 차이가 벌어졌다고 해요.
BMW의 반등에는 제품과 마케팅 양면의 전략이 맞물렸습니다. 신형 5시리즈는 2025년 상반기에만 1만 2천786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5% 성장했어요. 가솔린부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전기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라인업 전략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온라인 한정판 판매와 젊은 층을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도 브랜드 쇄신에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엠블럼만으로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품질, 서비스, 투명성까지 포함한 총체적 경험이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이 된 거죠. 벤츠의 추락과 BMW의 도약은 이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소비자 신뢰는 쌓는 데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점을, 삼각별의 사례가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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