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V·살룬 등 3종 개발 중단, 전동화 전략 원점
혼다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준비하던 순수 전기차 3종의 개발을 전면 중단했어요. 양산 직전 단계였던 혼다 CR-V, 혼다 0 SUV, 혼다 0 살룬, 그리고 아큐라 RSX까지 한꺼번에 백지화된 거죠. 여기에 소니와 공동 출자해 만든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전기 세단 아필라(AFEELA) 개발까지 중단되면서, 혼다의 전동화 청사진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건 단순한 모델 하나의 취소가 아니에요.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던 혼다가 속도를 급격히 줄이고, 하이브리드라는 현실적 해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선언인 셈이죠. 이 결정 뒤에는 전기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혼다 경영진의 손익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이번 전략 전환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재무 수치에서 드러납니다. 혼다는 올 회계연도에 영업비용 최대 1조 1,200억 엔과 지분법 손실 최대 1,500억 엔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추가 비용을 합산하면 총 손실 규모는 최대 2조 5,000억 엔, 원화로 약 23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당초 3,000억 엔 순이익을 전망했던 혼다는 이제 4,200억~6,900억 엔 순손실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죠.
생산 설비 폐기, 개발 자산 손상, 합작법인 정리까지 겹친 결과인데,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전략 수정 비용이 실체화된 첫 대형 사례로 주목하고 있어요. 10조 엔 규모였던 전동화 투자 계획도 7조 엔으로 30퍼센트 축소됐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혼다가 전기차 시장의 현실을 얼마나 냉정하게 판단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혼다를 움직인 건 내부 판단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화석연료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됐어요.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도 여전한 편이고요. 중국에서는 BYD를 필두로 한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전통 완성차 업체가 순수 전기차만으로 싸우기엔 벽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죠. 글로벌 주요 완성차 12개사가 전기차 관련 전략을 수정하면서 누적 손실 규모가 110조 원을 넘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도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산업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에요.
혼다가 꺼내든 카드는 하이브리드 강화입니다.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간 판매 목표를 220만~230만 대로 설정하고, 일본과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삼으면서 인도 시장에서도 라인업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에요. 오는 5월 발표할 중장기 전략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전망입니다.
한국 시장도 하이브리드 수요가 급증하는 중입니다.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2024년 기준 35.3퍼센트까지 치솟았고, 현대차그룹은 니로와 투싼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토요타 역시 북미 하이브리드 생산 능력을 30퍼센트 확대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고요. 다만 혼다코리아의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CR-V 하이브리드의 올해 2월 판매량이 7대에 그치는 등 국내에서의 입지는 좁은 편입니다.
글로벌 전략 전환이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가격 경쟁력과 라인업 확대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혼다의 선택은 전기차 시대의 후퇴가 아니라, 23조 원이라는 수업료를 치르고 내린 생존 판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시장이 원하는 속도에 맞추지 못한 기술은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기업을 지탱하지 못하니까요. 전기차 전환의 큰 그림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가 더 현실적인 경유지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완성차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겁니다. 여러분은 혼다의 이런 전략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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