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에 대한 묵상 10

by 전영칠

* '근원에 대한 묵상' 시리즈는 묵상하고 살면서 문득 스치는 느낌(생각)들을 쓴 것입니다.



32. 모름


대학원을 나와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의 지식은 사실상 차고도 넘친다. 질문 하나 하자. 당신은 우주의 5% 이상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안다는 지식은 그릇을 채워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무지(無知)의 상태로 돌아갈 때, 비로소 신의 지혜가 내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33. 인연


나는 1997년 시분야에 등단해 문인활동을 했다. 문단에서 만난 인연으로 선배 한 분을 만났는데 문단에서 만난 이들 중에 나와 유일하게 '걸림 없는 대화(無礙)'가 통하는 분이었다(성이 최 씨이므로 최선배라고 하겠음). 평생을 불교 수행을 하고 주역을 공부하고 시를 쓰는 분이었다. 인생의 목적이 '신선(神仙)의 삶'으로 나와 같았다.

지금도 가끔씩 만나 도담을 나눈다.


우연히 남해군 상주면 금산봉우리 끝자락에서 관세음보살 친견을 소원하여 49일 동안 금식기도 끝에 백의의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원효대사의 기도 정성 내용이 담긴 유튜브(불교이야기집: 원효대사가 기도한 이유)를 보고 공유하여 최선배에게 그 내용을 보냈다. 친견 후 백의의 관세음보살의 말씀대로 원효대사는 그 자리에 암자를 세웠다. 그 암자가 그곳에 와서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서원하면 관세음보살이 서원을 들어주신다는 국내 4대 관음도량 남해 보리암이다.


- 남해 보리암터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원효대사의 구도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내용이오니 보시지요.


답이 왔다.


- 나는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물로서 일체유심조의 뜻을 새겼지요. 나는 원효대사의 그 가르침을 평생의 화두로 삼으며 수행하였습니다. 그 끝자락에서 얻은 것이 고요와 무애와 선정과 법열이지요. 나의 마지막 수행의 가장 큰 화두는 인연법입니다. 인연법을 깨닫게 되면 진정한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인연법을 깨달아야, 모든 순간이 고요하고 무애롭고 선정으로 노닐며 법열로 숨을 쉴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말도 부질없음입니다. 완벽한 깨달음은 곧 침묵이지요.

그러하니 나의 이 말도 아직 완벽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말씀입니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오, 덕분에 좋은 수행 하였소.


- 인연법, 침묵 - 합장입니다. 성불하세요.


그분과의 도담은 나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8 순이 넘은 선배님은 이제는 세상 만남의 인연을 끊고 산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마지막 강가에서 피안을 준비한다. 대화할 상대가 줄어드는 것 같아 나는 그것이 아쉽다. 그저 오래 사셨으면 - 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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