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모든 사람은 놀이터에서 시소를 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몸무게가 비슷한 사람이 양 끝에 있으면 시소가 적절하게 움직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한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시소는 움직이지 않게 된다.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이 발로 땅을 차면서 시소를 위로 움직이게 하더라도 그때뿐으로 몸무게가 비슷한 사람처럼 시소가 계속 움직일 때와 같은 재미는 없다. 또한, 발로 시소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힘이 들면서 시소 놀이는 금방 끝이 난다.
몇 년 전에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신문이나 언론에서도 보기가 어려울 정도이지만 직장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직장인이 일과 삶 중에서 균형을 상실하면 어떻게 될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사회 문제가 된 나라는 영국이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 당시 인력이 부족해지자 기업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근로들에게 휴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피곤을 잊게 할 목적으로 마약을 제공하는 등 근로자들을 혹사하는 이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의 모습을 보면 잡담이나 인터넷 쇼핑처럼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한데, 이런 모습은 미국과 같이 노동생산성 상위에 속하는 나라들의 직장인들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이 구분되지 않은 직장인의 모습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된 조직 문화이다. 지금도 일찍 퇴근하는 직원보다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을 조직 충성도가 높은 직원이라고 평가하는 조직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조직원들은 ‘어차피 늦게 퇴근할 텐데 천천히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직장과 가정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퇴근을 하더라도 온전히 업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직장인은 퇴근하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생각 그리고 감정들과 함께 집안에 들어간다. 보람이 있었다면 뿌듯한 감정을, 힘들었거나 상사로부터 비난을 들은 날은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가지고 퇴근한다. 이런 감정들은 알게 모르게 가족들에게도 전달되면서 가족들도 직장인의 눈치를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있었던 사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장인의 24시간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직장인의 모든 시간은 업무와 관련이 있다. 직장인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휴식’이라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퇴근 후 음주는 다음 날 업무에 영향을 준다. 퇴근 후 다른 업무로 인해 피곤한 상태로 출근할 때도 마찬가지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과한 휴식도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퇴근 후 격렬한 운동이나 PC 게임도 적절한 휴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장인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모든 시간이 업무와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