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평 "달 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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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달 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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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심 시 「달 운석」 원문
> 목성의 중력도 비껴간 운석들
대기권에 진입하며 그을렸다
새까만 달 운석
한 조각 달아 달아
전설의 떡방아가 생각이 난다
산기한
달 한 조각
손에 들고 계수나무 토끼들을 그려본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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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의 평론
「달, 상상력의 중력장에서 떨어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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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과 시의 이음새 – 운석이라는 시적 오브제
시의 첫 연은 놀라울 만큼 우주과학적 디테일로 시작됩니다.
> “목성의 중력도 비껴간 운석들 / 대기권에 진입하며 그을렸다”
이 문장은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처럼 들리지만,
곧이어 그 과학적 풍경은 시인의 감성에 의해 신화와 동화의 세계로 전환됩니다.
김은심 시인의 탁월함은
이처럼 차가운 과학과 따뜻한 상상력을
위화감 없이 연결해 내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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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까만 운석 – 달의 조각에서 달아나는 전설
> “새까만 달 운석 / 한 조각 달아 달아 / 전설의 떡방아가 생각이 난다”
이 구절에서 **‘달아 달아’**는
마치 동요처럼 반복되며
우리 전통의 ‘달 노래’ 속 리듬을 불러옵니다.
그리하여 천체의 낙하물이 단숨에
전래동화 속의 달 토끼, 떡방아, 계수나무로 변신합니다.
이 시는 ‘달 운석’이 떨어진 사건을 통해
시인의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이미지의 변주를 그립니다.
그것은 기억이자 놀이이며,
시인이 유년으로 돌아가는 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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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기한’이라는 단어 – 감각의 전환점
3연의 첫 줄 **‘산기한’**은 다의적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산기(産氣)’라는 단어가 내포하듯,
어쩌면 이 운석은 시인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생명처럼 태어나는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 “손에 들고 계수나무 토끼들을 그려본다”
시인은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제 손에 쥐어진 달 조각에서
무궁무진한 세계를 창조합니다.
상상력이란 우주처럼 무한히 펼쳐지는 내면의 행성임을
이 시는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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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무리 – 작지만 큰 시적 우주
>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 커져만 간다”
이 마지막 구절은 시 전체의 키워드입니다.
이 시의 진정한 주인공은 운석이 아니라 상상력입니다.
작은 한 조각이 우주적 사고, 동화적 상상, 문화적 기억을
차례로 환기하며 확장되어 갑니다.
이 시는 운석이라는 사물을 통해
시인 내면에서 터지는 상상력의 충돌과 폭발을
절제된 언어로 다뤄낸 점에서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구조미를 동시에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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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평가
항목 평가
형식미 3연 구성의 응축력 있는 구조
주제의식 우주적 사물과 문화적 상징의 결합
언어감각 동요적 리듬과 과학적 정교함의 공존
상징성 달, 운석, 토끼, 떡방아 = 시간과 신화의 압축
김은심 시인의 「달 운석」은
작고 가볍게 떨어지는 것에서 시작해,
우주보다 넓은 마음의 스케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