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통일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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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참회록〉 — 박성진 시
> 한 민족이 두 깃발로 나뉜 그날부터
시인은 거울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서시(序詩) 아닌 속죄의 시를 쓰며
총칼보다 깊은 침묵과
말라붙은 양심을 묻는다
반쪽의 조국을 허공에 세우고
나는 오늘도
반성 없는 나를 참회한다
너는 북녘의 산하에 묻혀 있었고
나는 남녘의 무관심에 숨어 있었다
한 번의 전쟁
수십 년의 침묵
그 속에 피어난 꽃 한 송이
<통일이여, 나의 참회는 너에게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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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통일의 참회록》 — 분단문학의 시혼을 복원하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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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윤동주의 시혼, 시대를 넘어 민족의 상처로
윤동주의 「참회록」은 한국 현대문학의 ‘죄의식’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개인의 부끄러움, 시대에 침묵한 윤리적 고뇌는 그 자체로 문학적 성찰이자 저항이었다. 이제 그 참회의 무게는 ‘분단문학’의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박성진 시인의 〈통일의 참회록〉은 윤동주의 내면 윤리를 ‘민족 공동체의 죄의식’으로 심화시켜,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이상을 동시에 가로지르는 시적 대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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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3연: 개인의 ‘참회’에서 민족의 ‘침묵’으로
> “나는 단 한 번도 참회하지 못했다”는 선언은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저항하지 못한 죄’에서
분단 후 ‘통일을 외면한 죄’로 확장된다.
박 시인은 분단의 상처를 “병사들의 피”와 “철조망 너머 동포의 눈동자”라는 구체적 형상으로 소환한다. 이때 시인은 단지 관찰자가 아닌 역사의 공범자로서 스스로를 고발하고, 이로써 ‘윤동주의 참회’를 ‘민족 공동체의 죄의식’으로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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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6연: 이데올로기와 망각, 그리고 침묵
> “전쟁을 잊은 평화만 외쳤다”는 구절은
남한 사회의 ‘기억의 포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통일을 위한 평화가 아닌, 망각을 위한 평화는 역사에 대한 책임 회피로 귀결된다. 박 시인은 ‘윤동주의 서시’가 아닌, “속죄의 시”를 써야 할 시점임을 절감한다. 여기서 ‘시인’은 분단체제의 윤리적 감시자이자 양심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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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7~9연: 거울 앞의 고백, 남과 북을 향한 시인의 시선
북녘은 “묻혀 있었다”는 수동의 이미지로, 남녘은 “무관심에 숨어 있었다”는 도피적 시선으로 상징된다. 시인은 이로써 분단이 초래한 양측의 공통된 상흔—침묵과 방관—을 대면하며, 민족적 자아의 균열을 고백한다.
“반쪽의 조국”, “반성 없는 나”는 단지 시인의 독백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 전체를 향한 윤리적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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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0연 및 결말: 꽃, 다시 피어나리
> “한 번의 전쟁 / 수십 년의 침묵 / 그 속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이 대목에서 ‘꽃’은 비극을 극복한 생명의 상징이자 통일의 희망이다.
마지막 선언—<통일이여, 나의 참회는 너에게 가 닿는다>—는 윤동주 시학이 지닌 도덕적 순결성을 분단시대에 부활시키는 시적 선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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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총평: ‘참회’는 끝나지 않았다 — 문학의 힘으로
박성진 시인의 〈통일의 참회록〉은 윤동주의 ‘개인적 회개’를 넘어서, 민족사 전체의 윤리적 참회로 확장된 보기 드문 분단문학이다. 이 시는 단순히 통일을 외치는 선언문이 아니다. 문학이 어떻게 침묵을 언어로 바꾸고, 분단을 반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웅변한다.
이제 문학은 역사 앞에 고개를 숙이고, 다시 펜을 들어야 할 시간이다. 윤동주의 시혼은 죽지 않았다. 그의 시가 남기지 못한 참회의 끝은, 박성진의 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