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박성진 시인 시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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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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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死線)을 건너는 별빛 하나
나는 그 빛에 국경을 물었지
별은 말없이 허공을 가르네
평론 — “사선의 별, 분단의 별”
첫 연에서 박성진 시인은 “사선”이라는 단어를 통해 휴전선 혹은 군사분계선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상징화합니다. “사선을 건너는 별빛”은 죽음을 무릅쓴 생명 혹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영혼의 메타포입니다. 시인은 “나는 그 빛에 국경을 물었지”라는 물음으로 별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한반도의 현실을 은유합니다. 허공을 가르는 별빛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것조차 ‘침묵’ 속에 존재합니다. 이 침묵은 분단의 오래된 시간,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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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하늘에도 별은 뜨겠지
그 별 바라보는 누이의 눈에
굳은살처럼 눈물이 맺히리라
평론 — “누이의 눈에 맺힌 별”
2연은 북녘에 남겨진 가족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이’는 남북이 갈라진 이후, 남쪽에 있는 시인의 내면과 북쪽의 ‘그리운 얼굴’을 연결하는 상징입니다. 별은 뜨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은 시간이 굳은살처럼 딱딱해졌다는 은유로 제시됩니다. 이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세월의 잔혹한 퇴적물이며, 이산가족의 응어리진 감정의 집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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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계선 위에서 별을 헤이다
이등병의 밤눈 속에 울던 별
탄피처럼 식은 이름들을 새긴다
평론 — “별을 헤이는 분단의 병사”
윤동주의 시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장면입니다. ‘분계선 위에서 별을 헤인다’는 구절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대한 비극적 반어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단지 낭만적으로 별을 세는 것이 아니라, 국토 분단의 상징인 분계선 위에서 슬픔과 긴장 속에 별을 헤입니다. ‘이등병’이라는 존재는 정치와 이념의 대결 속에서 희생되는 청춘이며, ‘탄피처럼 식은 이름들’은 전쟁에서 스러진 이름 없는 이들의 무명(無名)의 기록입니다. 이 구절은 분단문학의 핵심, 곧 ‘누가 기억되지 못한 자들의 이름을 새기는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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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는 그러셨지
별은 다 같은 하늘이라 했는데
왜 나는 이별의 별만 세는가
평론 — “이별의 별”
이 연은 유년 시절과 어머니의 언어를 소환합니다. “별은 다 같은 하늘”이라는 말은 순수와 이상, 동심과 통일의 희망을 뜻하지만, 현실은 ‘이별의 별’을 세는 날들이었습니다. 이는 곧 이상과 현실의 괴리, 민족의 단절이 일상화된 비극을 보여줍니다. 어머니의 말은 하나의 민족을 상징하고, 시인의 질문은 분단된 민족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잃어버린 평화의 슬픔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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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란 단어를 머금은 채
사람들은 어제처럼 잠이 들고
별 하나, 총알 둘, 침묵 셋을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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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민족의 침묵”
이 연은 분단 현실에 대한 무감각을 고발합니다. ‘통일’이라는 말은 구호처럼 입에 오르지만, 정작 사람들은 “어제처럼 잠이 든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이란, 무관심 혹은 체념, 혹은 무의식적 포기를 의미합니다. “별 하나, 총알 둘, 침묵 셋”이라는 리듬감 있는 구절은 시대의 패턴화 된 비극을 보여줍니다. 이 숫자들은 희망과 전쟁,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반복된다는, 분단문학의 핵심적 정서를 압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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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도 별은 흐른다
철조망에 긁힌 달빛을 끌고
누구도 닿을 수 없는 밤을 견딘다
“철조망과 달빛의 시학”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분단의 밤을 건너는 별빛과 달빛을 다시 소환합니다. ‘철조망에 긁힌 달빛’은 아름다움과 고통이 함께 존재하는 시적 아이러니입니다. 달빛은 보편적인 빛이지만, 분단선 위에선 상처를 입습니다. ‘누구도 닿을 수 없는 밤’은 분단된 민족이 함께 겪는 고독이며, 이데올로기와 체제 속에 막혀버린 인간성을 나타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은 흐르고 달빛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시인이 믿는 희망의 잔존, 시의 윤리, 그리고 통일을 향한 인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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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별에서 박성진의 분단까지”
박성진 시인의 〈별 헤는 밤〉은 단순히 윤동주의 오마주로 머무르지 않고, 21세기 분단문학의 전위적 작품으로 기능합니다. 그는 별을 통해 민족 분단의 서사, 이산의 눈물, 군인의 이름, 이별의 흔적, 그리고 침묵의 무게까지 통합적으로 짚어냅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시에서 낭만과 비극, 감성과 현실, 시와 정치가 교차하는 장면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분단문학의 서정적 절정을 행하여 묵묵히 걸어갑니다